[목요논단]개발과 랜드마크 콤플렉스
입력 : 2011. 07. 21(목) 00:00
1961년 5·16군사정권 이후 제주는 관광지로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변하게 되었는데 5·16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제주도에 최초로 아스팔트도로가 건설되고, 간이상수도가 설치되었다. 이러한 제주개발을 두고 물의 혁명, 길의 혁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1960년대의 개발과 산업구조의 변화는 제주사람들의 삶과 지역 고유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켜왔다.

또 한번의 큰 변화는 국제자유도시 추진이다. 비록 눈에 띄는 큰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국제자유도시와 관련된 크고 작은 개발이 추진되고 있고 추진될 예정이다. 1960년대 시작된 관광지화 정책과 감귤중심의 농업구조의 변화가 30~40년을 거치면서 제주사회를 크게 변화시켜왔듯이 제주국제자유도시추진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변화를 촉진시킬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국제자유도시 추진 이후 적지 않은 개발 사업들이 관광지개발을 비롯하여 택지개발, 도로 등 토목사업들이 대규모화, 대형화되면서 개발지의 보전 가치와 장소성, 경관가치, 특혜시비 등 크고 작은 지역문제로 표면화되는 점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행정당국의 발전전략과 미래에 대한 비전 부재라고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겠지만 제주도민이 갖고 있는 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에도 문제가 있지 않은지 비판적 시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분들이 개발을 하지 않으면 제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개발을 해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라는 개발방식의 문제이다. 제주도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개발의 대부분은 외재적 발전에 의한 것이었다. 제주도민의 의지와 관계없는 것이었고 개발이익 역시 제주도민들의 몫으로 돌아가지도 못하였다. 1차산업 중심의 제주도는 근대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제주도민들의 인식 속에는 수많은 자동차로 가득한 도로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도시, 그 속에 분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동경(憧憬)하면서 일종의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도시의 모습을 닮아가는 도시개발과 랜드마크라는 이름아래 거대구조물 축조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찾으려 하고 지역 특성화,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제까지 수많은 관광지개발을 비롯하여 택지개발, 도로 등 토목사업과 같은 대규모, 대형화 개발사업들이 추진되었지만 지역이 특성화되지도 않았거니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여전히 같은 논리와 같은 방식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제주 올레길의 성공사례가 보여주는 원인과 배경, 그리고 함축적인 의미를 왜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인가? 제주도(濟州島)는 특별한 지역이다. 육지부와 떨어진 지리적 특징과 폐쇄적인 공간, 한정된 인구, 지질학적 특이성, 그리고 역사적 배경과 제주사람들의 삶도 특이하다. 그래서 특별히 자치적인 행정을 하는 것이고 개발방식도 특이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제주다움의 시작은 개발과 랜드마크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때 시작되는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2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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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식결여 07-21 14:05삭제
친환경, 전통복원, 저밀도 저층개발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제주다움을 보존하는 개발방식도 아주 훌륭하지만은 당췌 수지차가 안맞는데 어떻게 개발이 되겠습니까? 앞으로 10여년간 제주도는 중대규모 개발이 전무할 겁니다 수요부족, 돈부족,,, 무엇보다도 책임없는 관여자들이 많아서,,, 남의 집 젯상에 감놔라 배놔라
게메마씸 07-21 10:37삭제
아직은 제주에 희망이 있다는 징후를 오늘에야 발견하게 되었다.

특히, 일부 건축/토목분야 학자 또는 전문가들은 개발과 더 큰개발만이 마치 '社會善'인양 같잖은 해외사례를 들먹이고 온갖 논리적 분칠을 해댈텐데, 이 분은 참으로 균형되고 바른 식견을 갖춘 분이신 것 같다.

한편, 개발이라하면 당장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연상시키고, 이어서 '군사 쿠테타'와 '인권유린' 등 갖은 딴지걸기에 혈안이 된 2% 부족한 인사들의 어거지 또한 그 중심을 잃어 보기가 흉해 늘 안타까움을 느끼던 차에 오늘 무더움 여름날을 식혀주는 한줄기 시원한 소낙비처럼 좋은 의견을 접하게 되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이렇게 건전한 제주민들이 많이 많이 자기 역할을 다하는 제주일때에만 제주에 희망이 움터올 것이다.

2% 부족한 분들은 이 분의 글을 보고 제발 느끼고 배우고 실천하길 바란다. 개발과 과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듯이 반개발이 사회적 정의가 되지 않음도 알고서 제발 쓸데 없이 깃발과 촛불, 그리고 펜대(요즘은 컴퓨터 자판)들고 설쳐대질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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