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해군기지 만들 바엔 차라리 탐라국을 독립하자
입력 : 2011. 06. 23(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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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정리에서는 기묘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는 양심과 원칙이 힘의 논리에 무너지고 있다. 예로부터 쌀농사도 잘 되던 일등부자 일강정의 기름진 땅, 절지치는(波濤) 소리와 강정천의 은어와 마을공동체를 온몸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강정리민들과 같은 빛깔의 제주 사람들, 그리고 전국에서 제주 제7올레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온 관광객들, 제주도에 무슨 해군기지냐는 주교님, 목사님, 스님, 문화예술인, 세계의 각 나라에서 몰려오는 평화주의자들, 모두가 하나 되어 강정의 평화와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자는 '평화운동'과 이를 반대하고 행동하는 무모한 개발론자, 자치도정 그리고 한국 해군은, 강정의 넓은 들판 차지하여 미래의 전쟁에 대비할 군사항 건설을 꿈꾸며 강력한 대양해군 요새를 건설하고 싸움으로 말도 안 되는 평화 아닌 평화가 강정 앞바다의 평화를 짓밟고 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 밀어붙이는 해군이 이땅에서 저지르는 만행에 다치고 병원으로 실려 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왜 그러지? 짓밟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아름답고 평화스런 땅에 군사시설을 만들어 1000명이 주둔하면 1000명의 일자리가 생기므로 주민들에 이득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건 해군 1000의 밥그릇일 뿐, 제주 바다는 비참하게 콘크리트 벽에 막히게 된다는 거다. 평화를 지키려는 제주 사람들은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이 군사기지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 우리나라 유일의 연산호 군락지이며 문화재보호구역이기도 한 구럼비 해안가에는 1km가 넘는 한 덩어리 용암단괴인 '구럼비 바위'가 있다. 양윤모 감독이 사랑으로 끌어안고 싶다던 바위, 그리고 멸종 위기종인 '붉은발 말똥게'와 그의 친구들이, 콘크리트로 매꿔지는 무모하고 잔인한 개발은 안 된다. 하지만 이런 해군기지는 부당하다는 이유도 군의 강행의지와 거기에 결탁하여 개발이익을 노리는 세력들, 개발업자, 토지소유주, 도의원, 행정가들은 맞장구를 치고 있다. 난리는 난리인것 같다.
제주사람들은 평화가 없었던 때를 '난리 때', '사태 때'라 한다. 난리나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난리에는 시체를 거두어 고이 묻을 수 없어 산과 바다에 버려지게 된다. 이 시체는 군병, 또는 잡귀라 부르게 된다. 전쟁을 치른 뒤의 죽음들을 거두는 일, 어찌 보면 역사는 이러한 난리에 죽은 사람들의 역사였다. 죽음에 의미를 붙이는 일, 평화를 만들기 위한 죽음의 기록들,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처절한 전쟁, 탐라국을 유린하던 제국의 침략들을 견디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슬픈 운명은 죽어서 무덤자리도 구하지 못했고, 시체가 산을 이루니 아방은 곶자왈 바람 위에 풍장(風葬)을 했고, 피바다가 된 바다에는 느네 어멍 돌 지둘뢍 수장(水葬)해주었지. 제주에 쳐들어온 군인들은 모두가 수군이었고 바다에서 왔지. 중국, 몽고, 일본, 미국도. 그리고 지금 우리 바다 올레에 들어와 설치는 것은 한국해군이다. 우리를 쳤던 적들처럼 싸움으로 제주를 지키겠다는 논리 앞에 우리는 사는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해군이여, 제주의 평화를 지키는 길은 이녁올레 아니라고 강정바당 요왕올레에 왕 문전 어지럽히지 말라. 큰 싸움은 제2의 4·3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 큰 마음으로 칼을 거두라.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시인>
제주사람들은 평화가 없었던 때를 '난리 때', '사태 때'라 한다. 난리나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난리에는 시체를 거두어 고이 묻을 수 없어 산과 바다에 버려지게 된다. 이 시체는 군병, 또는 잡귀라 부르게 된다. 전쟁을 치른 뒤의 죽음들을 거두는 일, 어찌 보면 역사는 이러한 난리에 죽은 사람들의 역사였다. 죽음에 의미를 붙이는 일, 평화를 만들기 위한 죽음의 기록들, 시산혈해(屍山血海)의 처절한 전쟁, 탐라국을 유린하던 제국의 침략들을 견디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슬픈 운명은 죽어서 무덤자리도 구하지 못했고, 시체가 산을 이루니 아방은 곶자왈 바람 위에 풍장(風葬)을 했고, 피바다가 된 바다에는 느네 어멍 돌 지둘뢍 수장(水葬)해주었지. 제주에 쳐들어온 군인들은 모두가 수군이었고 바다에서 왔지. 중국, 몽고, 일본, 미국도. 그리고 지금 우리 바다 올레에 들어와 설치는 것은 한국해군이다. 우리를 쳤던 적들처럼 싸움으로 제주를 지키겠다는 논리 앞에 우리는 사는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해군이여, 제주의 평화를 지키는 길은 이녁올레 아니라고 강정바당 요왕올레에 왕 문전 어지럽히지 말라. 큰 싸움은 제2의 4·3을 몰고 올지도 모른다. 큰 마음으로 칼을 거두라.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