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없는 '제주형 자율학교'… 정체성부터 분명히"
입력 : 2026. 08. 08(토) 07:00수정 : 2026. 08. 08(토) 07:18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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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 지난 7일 제주형 자율학교 정책토론회
교육계, 양적 확대 지적하며 "질적 전환" 한목소리
특정 자율학교 쏠림 문제 해소·정책 일관성도 요구
교육계, 양적 확대 지적하며 "질적 전환" 한목소리
특정 자율학교 쏠림 문제 해소·정책 일관성도 요구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7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2026 제주형 자율학교 정책토론회'를 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한라일보] 최근 3~4년 사이 '제주형 자율학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반 학교와의 차별성이 불분명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7일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개최한 '2026 제주형 자율학교 정책토론회'에서다. 기존대로 지정 학교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학교 현장의 변화와 효과, 균형 발전 등을 기준으로 질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현재 도교육청은 제주형 자율학교의 재구조화 방향성을 검토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전체 초중고(188곳)의 절반 이상이 제주형 자율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2007년 9곳이 처음 지정된 뒤 올해까지 101곳으로 그 수를 늘려왔다. 이 중 59곳(58.4%)은 2023년 이후 신규 지정됐을 만큼 유독 단기간에 급증했다. 제주형 자율학교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지역·학교별 특성을 반영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현재 다혼디배움학교, IB 학교, 문예체학교, 마을생태학교, 글로벌역량학교 등 15개 유형으로 운영 중이다.
토론회에선 이 같은 양적 확대가 자율학교의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동안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등을 통해 공교육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 성과를 내 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희소성이 사라진 현시점에선 일반 학교와의 경계 역시 모호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내 초등학교는 10곳 중 약 7곳(68.14%, 113개교 중 77개교)이 제주형 자율학교일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자율학교 존재 이유부터 고민을"
토론에 나선 김명희 신산초등학교 교장은 자율학교 확대보다 '정체성 명료화'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자율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인지, 그 변화가 교육 전체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이루어질 때 다음 단계를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지속 가능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질적 고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향선 덕수초등학교 교감도 "양적 성장이 반드시 질적 성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냉철하게 들여다봤을 때 제주형 자율학교만이 누릴 수 있는 특례를 어느 만큼이나 활용하느냐고 하면 (대답할) 자신이 없다"며 자율학교 지정 여부가 교육 내용, 학교 경험 등에서 실질적 차이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다만 그 규모에 대한 논의를 학교 수의 '확대 또는 축소'가 아닌 '제도의 역할'을 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며 "소수의 학교가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며 일종의 '실험 학교'가 돼 그 모델을 확산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원하는 학교를 전부 지정해 주면서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형 자율학교 지정 유형에 대한 재검토도 요구됐다. 고정여 대정고등학교 교사는 "과연 15개 유형의 학교는 얼마나 다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제주 자연, 문화, 역사, 마을 환경을 교육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마을생태학교', '제주문화학교', '건강생태학교' 3개 유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제주형 자율학교의 재검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일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운영 방향과 적정 운영 규모 등이 단순하게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정 자율학교로의 쏠림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율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통학구역과 관계없이 입학할 수 있는 일정 조건을 두고 교육 선택의 기회를 넓혀 왔는데, 이런 규정이 되레 인근 학교의 학생 수 급감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탓이다. 고명희 표선중학교 교장은 IB 학교인 표선중의 올해 전체 신입생의 36.6%가 통학구역 외에서 진학한 학생이었다고 설명하며 "특정학교 선호 현상과 지역별 편차를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는 전입학 규칙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바뀔 때마다 정책 흔들
도내 교원단체들은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적 재정 지원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혜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서부지회장은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유형의 학교가 등장했다. 학교는 그때마다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다시 출발해야 했다"며 자율학교의 교육과정을 축적하면서 한 학교를 넘어 제주 공교육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정우 제주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4년 지정을 받아놓고도 계획은 1년 단위로 세울 수밖에 없다"며 해마다 자율학교의 운영을 뒷받침하는 재원의 종류와 규모가 달라지는 문제를 꼬집었다.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장정훈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제주교총이 지난달 도내 교원 2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77.9%가 (제주형 자율학교)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응답이 81.7%로 압도적이었다. '개편은 하되 급진적으로 하지 말라'는 현장 메시지"라며 도교육청이 교원과 학교, 학부모와의 상시 협의 구조를 마련해 숙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고 교육감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부서로부터 가장 많은 보고를 받고, 가장 많은 협의를 한 안건이 제주형 자율학교였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현장의 요구와 여러 이해관계, 구조적인 난제들이 얽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원점에서부터 모든 것을 열어놓고 제주교육 공동체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깊게 수렴하면서 학교와 지역 교육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제주형 자율학교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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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전체 초중고(188곳)의 절반 이상이 제주형 자율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2007년 9곳이 처음 지정된 뒤 올해까지 101곳으로 그 수를 늘려왔다. 이 중 59곳(58.4%)은 2023년 이후 신규 지정됐을 만큼 유독 단기간에 급증했다. 제주형 자율학교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지역·학교별 특성을 반영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현재 다혼디배움학교, IB 학교, 문예체학교, 마을생태학교, 글로벌역량학교 등 15개 유형으로 운영 중이다.
토론회에선 이 같은 양적 확대가 자율학교의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동안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등을 통해 공교육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 성과를 내 왔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희소성이 사라진 현시점에선 일반 학교와의 경계 역시 모호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내 초등학교는 10곳 중 약 7곳(68.14%, 113개교 중 77개교)이 제주형 자율학교일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자율학교 존재 이유부터 고민을"
토론에 나선 김명희 신산초등학교 교장은 자율학교 확대보다 '정체성 명료화'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자율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인지, 그 변화가 교육 전체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이루어질 때 다음 단계를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지속 가능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질적 고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향선 덕수초등학교 교감도 "양적 성장이 반드시 질적 성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냉철하게 들여다봤을 때 제주형 자율학교만이 누릴 수 있는 특례를 어느 만큼이나 활용하느냐고 하면 (대답할) 자신이 없다"며 자율학교 지정 여부가 교육 내용, 학교 경험 등에서 실질적 차이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다만 그 규모에 대한 논의를 학교 수의 '확대 또는 축소'가 아닌 '제도의 역할'을 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며 "소수의 학교가 집중적인 지원을 받으며 일종의 '실험 학교'가 돼 그 모델을 확산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원하는 학교를 전부 지정해 주면서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형 자율학교 지정 유형에 대한 재검토도 요구됐다. 고정여 대정고등학교 교사는 "과연 15개 유형의 학교는 얼마나 다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제주 자연, 문화, 역사, 마을 환경을 교육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마을생태학교', '제주문화학교', '건강생태학교' 3개 유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제주형 자율학교의 재검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일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운영 방향과 적정 운영 규모 등이 단순하게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정 자율학교로의 쏠림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율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통학구역과 관계없이 입학할 수 있는 일정 조건을 두고 교육 선택의 기회를 넓혀 왔는데, 이런 규정이 되레 인근 학교의 학생 수 급감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탓이다. 고명희 표선중학교 교장은 IB 학교인 표선중의 올해 전체 신입생의 36.6%가 통학구역 외에서 진학한 학생이었다고 설명하며 "특정학교 선호 현상과 지역별 편차를 유연하게 담아낼 수 있는 전입학 규칙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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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7일 개최한 '2026 제주형 자율학교 정책토론회'에서 자율학교 운영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
도내 교원단체들은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적 재정 지원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혜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서부지회장은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유형의 학교가 등장했다. 학교는 그때마다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다시 출발해야 했다"며 자율학교의 교육과정을 축적하면서 한 학교를 넘어 제주 공교육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정우 제주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4년 지정을 받아놓고도 계획은 1년 단위로 세울 수밖에 없다"며 해마다 자율학교의 운영을 뒷받침하는 재원의 종류와 규모가 달라지는 문제를 꼬집었다.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장정훈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제주교총이 지난달 도내 교원 2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77.9%가 (제주형 자율학교)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응답이 81.7%로 압도적이었다. '개편은 하되 급진적으로 하지 말라'는 현장 메시지"라며 도교육청이 교원과 학교, 학부모와의 상시 협의 구조를 마련해 숙의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고 교육감은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부서로부터 가장 많은 보고를 받고, 가장 많은 협의를 한 안건이 제주형 자율학교였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현장의 요구와 여러 이해관계, 구조적인 난제들이 얽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원점에서부터 모든 것을 열어놓고 제주교육 공동체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깊게 수렴하면서 학교와 지역 교육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제주형 자율학교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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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의숙 제주도교육감이 지난 7일 '2026 제주형 자율학교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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