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타히티 원주민의 '슬픔'
입력 : 2025. 12. 29(월) 03:30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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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남태평양의 진주' 타히티(Tahiti). 1950년대 타히티의 자살률은 유난히 높았다. 많은 이들이 연구에 나섰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인류학자 밥 레비(Bob Levy)가 끝내 원주민들의 언어에 '슬픔'이라는 개념을 가진 단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원인을 규명할 수 있었다. 슬픔을 정상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빚어진 비극이었다.
자살에 관한 한 제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제주의 자살률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2024년 한 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는 1만443명이다. 같은 해 제주는 243명으로 전년(205명) 대비 38명 늘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자살률은 23.6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OECD 평균인 10.7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리투아니아, 슬로베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폴란드, 일본, 벨기에, 핀란드가 2~10위를 기록했다.
핀란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는 산업·도시화가 가속화된 1965~1990년 사이 자살률이 3배나 폭증했다. 1990년에는 30.2명으로 세계1위에 올라섰다. 핀란드 정부는 1991년 국가가 주도하는 자살예방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교육과 조사·연구, 발표활동을 강화했다. 대규모 연구를 위한 기금을 제공, 표적 집단과 주요 문제를 점검했다.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행에 나섰다. 더불어 몇 년에 걸쳐 자살자에 대한 '심리 부검'을 병행했다. 부검 결과 무려 2/3 이상의 자살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중 단 15%만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 같은 노력 덕에 30.2명에 이르던 자살률은 10년 만에 22.1명으로 줄었다. 2010년엔 17.3명으로 감소했다.
일본 또한 적극적인 투자로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27명에 달했던 자살률은 12년 만에 30%나 감소했다. 치솟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대책기본법을 만들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왔다. 우울증에 대한 단순 치료·예방에서 벗어나 실업·도박·다중채무 등 사회적 요인까지 고려해 종합 대처한 결과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자살 예방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 방침에 맞춰 2029년까지 자살률을 3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자살예방팀을 신설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보강과 전문성을 강화한다. 고위험군 대상별 맞춤형 관리, 자살 시도자 치료비 지원 확대, 정신 응급 위기 대응 강화 등 종합 대책을 펼친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지엽적인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심도 있는 조사·연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범정부적인 대책을 함께 펼쳐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없이는 안타까운 죽음을 줄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영종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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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는 산업·도시화가 가속화된 1965~1990년 사이 자살률이 3배나 폭증했다. 1990년에는 30.2명으로 세계1위에 올라섰다. 핀란드 정부는 1991년 국가가 주도하는 자살예방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교육과 조사·연구, 발표활동을 강화했다. 대규모 연구를 위한 기금을 제공, 표적 집단과 주요 문제를 점검했다.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행에 나섰다. 더불어 몇 년에 걸쳐 자살자에 대한 '심리 부검'을 병행했다. 부검 결과 무려 2/3 이상의 자살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중 단 15%만이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 같은 노력 덕에 30.2명에 이르던 자살률은 10년 만에 22.1명으로 줄었다. 2010년엔 17.3명으로 감소했다.
일본 또한 적극적인 투자로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27명에 달했던 자살률은 12년 만에 30%나 감소했다. 치솟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대책기본법을 만들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왔다. 우울증에 대한 단순 치료·예방에서 벗어나 실업·도박·다중채무 등 사회적 요인까지 고려해 종합 대처한 결과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자살 예방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 방침에 맞춰 2029년까지 자살률을 3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자살예방팀을 신설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보강과 전문성을 강화한다. 고위험군 대상별 맞춤형 관리, 자살 시도자 치료비 지원 확대, 정신 응급 위기 대응 강화 등 종합 대책을 펼친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지엽적인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심도 있는 조사·연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범정부적인 대책을 함께 펼쳐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없이는 안타까운 죽음을 줄일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영종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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