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54] 3부 오름-(113) 이달오름, 잇달아 이어진 오름
입력 : 2025. 12. 09(화) 03:00수정 : 2025. 12. 09(화) 06:46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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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마모되거나 왜곡된 지명은 어원을 밝혀야 풀려

촛대봉, 위가 평평한 봉우리
[한라일보]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과 서쪽에 인접한 오름이다. 표고 488.7m, 자체 높이 119m다. 원추형 화산체라고 설명한 오름 관련 책이 있으나 하나의 화산이면서 외륜에 두 개의 봉우리가 두드러져 이렇게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제주도가 발행한 제주의 오름이라는 책에는 이달봉을 표제 지명으로, 이달오름, 이달이촛대봉을 같은 지명으로 표기하고, 이달봉(二達峰)을 한자 지명으로 표기했다. 달은 '높다', 또는 산의 뜻을 지닌 고구려 또는 고조선 시대의 말로, 이달오름은 2개의 산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해 있다. 1709년 탐라지도와 1770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삼읍도총지도에 이달악(二達岳)이라고 표기한 것으로 시작으로 이달봉(二達峯), 예달봉(猊達峰)으로 표기한 문헌이 있다. 지역에서는 이달산(利達山), 이달봉(狸達峰)으로도 쓴다고 한다. 이 오름의 작은 봉우리를 특별히 촛대봉이라 구분해 부르는 경우가 있다. 네이버지도에는 높은 봉우리를 이달오름, 낮은 봉우리를 이달이촛대라고 표기했다.
촛대봉이라는 지명을 간혹 촛대 모양이라서 붙은 이름이라는 식의 설명을 볼 수 있다. 실은 '촛+대+봉'의 구조다. '촛'이란 봉우리를 의미하는 '소', '사', '새', 'ㅤㅅㅢㅤ' 등에 'ㅅ'이 개입한 형태다. '봉'은 오름이란 뜻이다. 촛대봉이란 원래 '삿대봉우리'였을 것이다. 이 말이 점차 어두음 격음화에 연상작용이 겹쳐 '촛대봉'으로 된 것이다. '대'라는 지명어는 '달'에서 기원한 말이다. '달'이란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우리말 '들'과도 같은 어원에서 분화했다. 위가 평평한 봉우리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의 월라산, 따라비오름, 민대가리오름 편 등을 참조할 수 있다.
어원은 무형의 고고학적 재료
이달봉이라는 오름을 지시하는 지명은 위에서 나열한 바와 같이 이달악(二達岳), 예달봉(猊達峰), 이달산(利達山), 이달봉(狸達峰) 등으로 4개 정도로 압축된다. 이렇게 한자표기가 각양각색이라는 점은 한자를 뜻으로 썼다기보다 발음으로 차자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다리'거나 '예다리' 정도로 불렀을 것이다.
저자들이 간혹 착각하는 예를 볼 수 있는데, 고대인들은 오늘날처럼 오름이라는 지형을 분명하게 정의를 내려 불렀던 건 아니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분화구가 있는 화산체 등으로 정의하거나, '~오름' 혹은 '~악'처럼 규정에 맞춰 불렀던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냥 '이다리'라고 부르던 것을 후대에 기록자나 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기록하거나 부르면서 점차 정형화돼 온 것이다. 이 오름은 그저 '이달이' 혹은 '이다리'라고 불렀을 것이다.
'이달'의 '달'은 '높다', 또는 산의 뜻을 지닌 고구려 또는 고조선 시대의 말이라면서 이 지명은 2개의 산이라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한자로 기록했다고 해서 그 뜻이 담겨있다고 보면 사실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지역에서 어떻게 부르고 설명하는지는 오랜 세월 마모되거나 왜곡돼서 일부 참고할 만한 부분이 혹 나타날지는 모르나 그 자체로서 사실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늘날 지명학계에서는 언어의 재구라는 분야가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족의 이동까지도 추정한다. 그러므로 언어란 무형의 고고학적 자료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록이나 주민의 발음보다 어원을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이달오름과 이계오름은 같은 지명
'이달'은 '이+달'의 구조다. '이'는 '데리러 가다', '가지러 가다'를 의미하는 퉁구스어의 '난이'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몽골어권에서는 '네이'로 나타나는데, '결합하다', '합치다', '통합하다'의 뜻이다. 일본어에서는 어두음 'ㄴ'이 탈락한 형태로 분화했는데, 고대어에서 '이므(いむ)'가 손아래 누이를, 현대어에서는 '이모우도(いもうと)'가 누이를 지시한다. 연이어 태어난 형제다. 국어에서 이 말은 1447년 용비어천가나 1459년 월인석보 같은 15세기에는 '닛-', 16세기인 1586년 소학언해에서는 '니', 조선 후기 18세기말 정약용이 쓴 아학편에서는 '잇'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국어에서도 점차 'ㄴ'이 탈락하면서 '잇'으로 나타나고, '계속하다', '이어가다', '지속하다'의 뜻으로 의미 분화가 일어났다. 오늘날 이 말은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져 '잇달아', '잇달다'로 쓰여 '어떤 일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다', '연이어 발생하다'의 의미로 사용한다. 한편, '잇+달다'의 '달'은 '따르다', '연이어 뒤따르다'의 뜻이다. 퉁구스어에서 '다-', '다란'으로 나타나고 투르크어에서는 '다르'로 나타나는데, 국어에서는 '잇따르다'가 대응한다. 그러므로 '이달이'라는 지명은 '잇단 오름', '계속해 이어진 오름'이라는 뜻이다.
이와 똑같은 지명을 가진 오름이 있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이계오름이다. 표고 167.7m, 자체 높이 38m다. 인접해 봉우리가 여럿이다. 이계악(離鷄岳) 또는 이계악(二鷄岳)으로 표기되는 한자명 풀이가 전해지고 있다는 정도일 뿐 '이계'라는 지명에 대해서는 우물쭈물하며 넘어가는 실정이다. 여기 '계(鷄)'는 '닭 계'자다. '닭'이란 1527 훈몽자회, 1569년 월인석보 등에는 닭으로 나타나지만, 1632년 중간두시언해에는 달로 표기했다. 오늘 닭이란 17세기에는 달이라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달오름의 '이달'을 하자로 표기하면서 음가자 '이(離)' 또는 '이(二)', 그리고 '달'을 표기하기 위해서 훈가자 '달 계(鷄)'를 빌려 쓴 것이다. 이계오름과 이달오름은 같은 뜻이다. 이달오름의 '이'와 '달'은 같은 뜻의 중첩이다. 연이어 이어진 오름이라는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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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과 서쪽에 인접한 오름이다. 표고 488.7m, 자체 높이 119m다. 원추형 화산체라고 설명한 오름 관련 책이 있으나 하나의 화산이면서 외륜에 두 개의 봉우리가 두드러져 이렇게 보이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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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오름, 두 개의 오름이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멀리 정면에 보이는 오름은 금오름. |
촛대봉이라는 지명을 간혹 촛대 모양이라서 붙은 이름이라는 식의 설명을 볼 수 있다. 실은 '촛+대+봉'의 구조다. '촛'이란 봉우리를 의미하는 '소', '사', '새', 'ㅤㅅㅢㅤ' 등에 'ㅅ'이 개입한 형태다. '봉'은 오름이란 뜻이다. 촛대봉이란 원래 '삿대봉우리'였을 것이다. 이 말이 점차 어두음 격음화에 연상작용이 겹쳐 '촛대봉'으로 된 것이다. '대'라는 지명어는 '달'에서 기원한 말이다. '달'이란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우리말 '들'과도 같은 어원에서 분화했다. 위가 평평한 봉우리라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의 월라산, 따라비오름, 민대가리오름 편 등을 참조할 수 있다.
어원은 무형의 고고학적 재료
이달봉이라는 오름을 지시하는 지명은 위에서 나열한 바와 같이 이달악(二達岳), 예달봉(猊達峰), 이달산(利達山), 이달봉(狸達峰) 등으로 4개 정도로 압축된다. 이렇게 한자표기가 각양각색이라는 점은 한자를 뜻으로 썼다기보다 발음으로 차자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다리'거나 '예다리' 정도로 불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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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달'은 '높다', 또는 산의 뜻을 지닌 고구려 또는 고조선 시대의 말이라면서 이 지명은 2개의 산이라는 뜻이라고 풀이한다. 한자로 기록했다고 해서 그 뜻이 담겨있다고 보면 사실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지역에서 어떻게 부르고 설명하는지는 오랜 세월 마모되거나 왜곡돼서 일부 참고할 만한 부분이 혹 나타날지는 모르나 그 자체로서 사실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오늘날 지명학계에서는 언어의 재구라는 분야가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족의 이동까지도 추정한다. 그러므로 언어란 무형의 고고학적 자료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록이나 주민의 발음보다 어원을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이달오름과 이계오름은 같은 지명
'이달'은 '이+달'의 구조다. '이'는 '데리러 가다', '가지러 가다'를 의미하는 퉁구스어의 '난이'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몽골어권에서는 '네이'로 나타나는데, '결합하다', '합치다', '통합하다'의 뜻이다. 일본어에서는 어두음 'ㄴ'이 탈락한 형태로 분화했는데, 고대어에서 '이므(いむ)'가 손아래 누이를, 현대어에서는 '이모우도(いもうと)'가 누이를 지시한다. 연이어 태어난 형제다. 국어에서 이 말은 1447년 용비어천가나 1459년 월인석보 같은 15세기에는 '닛-', 16세기인 1586년 소학언해에서는 '니', 조선 후기 18세기말 정약용이 쓴 아학편에서는 '잇'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국어에서도 점차 'ㄴ'이 탈락하면서 '잇'으로 나타나고, '계속하다', '이어가다', '지속하다'의 뜻으로 의미 분화가 일어났다. 오늘날 이 말은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져 '잇달아', '잇달다'로 쓰여 '어떤 일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다', '연이어 발생하다'의 의미로 사용한다. 한편, '잇+달다'의 '달'은 '따르다', '연이어 뒤따르다'의 뜻이다. 퉁구스어에서 '다-', '다란'으로 나타나고 투르크어에서는 '다르'로 나타나는데, 국어에서는 '잇따르다'가 대응한다. 그러므로 '이달이'라는 지명은 '잇단 오름', '계속해 이어진 오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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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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