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데스크 칼럼] 인지도 정치의 함정, 민심은 숫자보다 냉정하다
입력 : 2025. 10. 14(화) 03:00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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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올해 추석을 앞두고 실시된 내년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여론조사 결과가 지역 사회를 크게 흔들었다.
KBS제주방송총국이 지난 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이 19%로 가장 높았고, 오영훈 제주도지사 11%, 고기철 국민의힘 도당위원장 8%, 더불어민주당 문대림·위성곤 국회의원 각각 7%, 문성유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3% 순이었다.
현직 도지사를 제치고 현역 국회의원이 1위를 차지한 것은 제주 정치사에서도 드문 일이다. 단순한 지지율 경쟁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민심의 흐름을 읽을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오 지사로서는 한숨을 돌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론이 던진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 의원의 지지율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그는 오 지사의 행정체제 개편안(3개의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반대하며 제주시·서귀포시 등 2개의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그 외에 도민의 머릿속에 남은 입법 성과는 거의 없다. 2023년 발의한 '항공사업법 개정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김 의원이 발의한 '항공사업법 개정안'은 국가 등이 제주를 비롯한 섬 지역 주민에게 항공 운임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법안으로, 도민의 기대를 모았다.
입법 실적이 미미한 정치인에게 쏠린 높은 지지율은 민심의 아이러니다. 이유는 분명하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전후 중앙 언론의 시사 프로그램 등에 잦은 패널로 등장했다. TV 화면에 자주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고, 그 노출이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방송 출연이 정치적 실력을 대신하는 시대, '인지도 정치'의 위험이 이번 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정치인의 인기가 실력을 앞서면 민심은 흔들리고, 정치는 가벼워진다.
이제 김 의원은 방송을 통해 얻은 인기를 정치적 신뢰로 바꿔야 한다. 제주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입법과 정책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영훈 지사 역시 이번 결과를 도민의 준엄한 평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항공우주산업, 수소경제, 상장기업 유치 등 도정의 성과가 도민의 삶 속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장식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말로 돌파할 수 있지만, 행정가인 도지사는 공약의 이행과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여론조사는 김 의원에게는 '입법 강화'의 요구를, 오 지사에게는 '각성'의 신호를 던졌다. 다른 제주지사 출마 예정자들 또한 이 경고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의 민심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말보다 실천, 약속보다 결과로 증명하는 정치만이 도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고대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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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제주방송총국이 지난 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이 19%로 가장 높았고, 오영훈 제주도지사 11%, 고기철 국민의힘 도당위원장 8%, 더불어민주당 문대림·위성곤 국회의원 각각 7%, 문성유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3% 순이었다.
김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오 지사로서는 한숨을 돌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론이 던진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 의원의 지지율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그는 오 지사의 행정체제 개편안(3개의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반대하며 제주시·서귀포시 등 2개의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그 외에 도민의 머릿속에 남은 입법 성과는 거의 없다. 2023년 발의한 '항공사업법 개정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김 의원이 발의한 '항공사업법 개정안'은 국가 등이 제주를 비롯한 섬 지역 주민에게 항공 운임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법안으로, 도민의 기대를 모았다.
입법 실적이 미미한 정치인에게 쏠린 높은 지지율은 민심의 아이러니다. 이유는 분명하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전후 중앙 언론의 시사 프로그램 등에 잦은 패널로 등장했다. TV 화면에 자주 등장하며 얼굴을 알렸고, 그 노출이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방송 출연이 정치적 실력을 대신하는 시대, '인지도 정치'의 위험이 이번 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정치인의 인기가 실력을 앞서면 민심은 흔들리고, 정치는 가벼워진다.
이제 김 의원은 방송을 통해 얻은 인기를 정치적 신뢰로 바꿔야 한다. 제주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입법과 정책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영훈 지사 역시 이번 결과를 도민의 준엄한 평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항공우주산업, 수소경제, 상장기업 유치 등 도정의 성과가 도민의 삶 속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장식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은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말로 돌파할 수 있지만, 행정가인 도지사는 공약의 이행과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번 여론조사는 김 의원에게는 '입법 강화'의 요구를, 오 지사에게는 '각성'의 신호를 던졌다. 다른 제주지사 출마 예정자들 또한 이 경고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의 민심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말보다 실천, 약속보다 결과로 증명하는 정치만이 도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고대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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