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의 문화광장] 나는 구식(舊式)이다: 원형적 사고
입력 : 2025. 10. 14(화) 01:0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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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한가위 명절 긴 연휴가 끝났다. 연휴가 길었던 탓에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도 꽤 많았던 명절이었다.
좀 구식인 나는, 명절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렀는데, 희끗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신사 한 분이 과일 매대에서 사과 하나를 고르고 골라 카트에 담고 이내 배 하나를 잡고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 차례상에 올릴 장을 보는 것 같아 자꾸만 눈길이 갔다.
'객지에서 저렇게라도 장을 보고 추석날 아침에 차례를 올리는 정성이 어디냐.'나의 오지랖인지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며, 나의 유년의 명절날 아침이 떠올랐다.
집성촌인 큰댁은 명절날 아침 7시부터 제일 큰할아버지 댁에서 차례를 시작하면 오후 5시가 넘도록 이 댁 저 댁으로 옮겨 다니며 차례를 지냈다.
지금 생각하니, 요술 방망이가 따로 없도록 엄마와 아지매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뿌리고 문화인데. 요즘 추석 명절이 사라지는 추세이고 보니 몹시 안타깝다. 게다가 안 하겠다는데 혼자 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까운 일가친척이 모이고 만나는 귀한 '가족 데이'라고 생각을 전환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종교 행사로 추수감사절도 있고, 살아있는 우리도 정신이라는 신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돌아가신 조상(祖上)은 당연히 신이지 않은가! 그러니 뿌리인 조상에게 '추수감사제'라는 관점(觀點)으로 유구한 전통인 추석 명절의 명맥(命脈)은 이어져야 한다.
나는 좀 많이 구식이다. 이런 나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원형적 사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원형적 사고란? 개인이나 특정 시대를 넘어 인류 보편적으로 반복되는 사고의 원형, 즉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 온 이미지를 표상화시킨 사고라고 사전에서 정의한다.
나는 현대사회의 어떤 부분들은 '원형적 사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할아버지는 추석날 송편을 먹는 이유는 밝음에서 어둠이 조금씩 시작하는 시기를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어둠을 대비한 마음을 가지므로 긴 겨울 채비를 한다고 일러 줬고,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의미는 긴 어둠 속에서 밝은 시간(봄)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24절기 중에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일러 준 절기는 참 열심히 지켰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이 거추장스러운 옛날의 관습으로 여겨지게 되어서 아쉬움이 몹시 크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젊은 세대들은 현명하고 똑똑하다. 우리가 지켜온 관습과 문화가 그들의 정서에 맞게 잘 가꿔지고 재창조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구식이고 비켜나 있는 세대가 아닌, 앞서서 문화를 이끌 수있는 세대가 되도록 우리의 것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때다. <장수명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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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구식인 나는, 명절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렀는데, 희끗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신사 한 분이 과일 매대에서 사과 하나를 고르고 골라 카트에 담고 이내 배 하나를 잡고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 차례상에 올릴 장을 보는 것 같아 자꾸만 눈길이 갔다.
집성촌인 큰댁은 명절날 아침 7시부터 제일 큰할아버지 댁에서 차례를 시작하면 오후 5시가 넘도록 이 댁 저 댁으로 옮겨 다니며 차례를 지냈다.
지금 생각하니, 요술 방망이가 따로 없도록 엄마와 아지매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뿌리고 문화인데. 요즘 추석 명절이 사라지는 추세이고 보니 몹시 안타깝다. 게다가 안 하겠다는데 혼자 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까운 일가친척이 모이고 만나는 귀한 '가족 데이'라고 생각을 전환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종교 행사로 추수감사절도 있고, 살아있는 우리도 정신이라는 신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돌아가신 조상(祖上)은 당연히 신이지 않은가! 그러니 뿌리인 조상에게 '추수감사제'라는 관점(觀點)으로 유구한 전통인 추석 명절의 명맥(命脈)은 이어져야 한다.
나는 좀 많이 구식이다. 이런 나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원형적 사고'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원형적 사고란? 개인이나 특정 시대를 넘어 인류 보편적으로 반복되는 사고의 원형, 즉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 온 이미지를 표상화시킨 사고라고 사전에서 정의한다.
나는 현대사회의 어떤 부분들은 '원형적 사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할아버지는 추석날 송편을 먹는 이유는 밝음에서 어둠이 조금씩 시작하는 시기를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어둠을 대비한 마음을 가지므로 긴 겨울 채비를 한다고 일러 줬고,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의미는 긴 어둠 속에서 밝은 시간(봄)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24절기 중에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일러 준 절기는 참 열심히 지켰었는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이 거추장스러운 옛날의 관습으로 여겨지게 되어서 아쉬움이 몹시 크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젊은 세대들은 현명하고 똑똑하다. 우리가 지켜온 관습과 문화가 그들의 정서에 맞게 잘 가꿔지고 재창조될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구식이고 비켜나 있는 세대가 아닌, 앞서서 문화를 이끌 수있는 세대가 되도록 우리의 것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때다. <장수명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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