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愛 빠지다] (2)'귀덕향사' 홍성아 씨
입력 : 2023. 06. 07(수) 00:00수정 : 2023. 06. 08(목) 13:33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제주 마을이 갖고 있는 가치는 소중해요"
2014년 제주 이주를 한 홍성아 씨는 현재 한림읍 귀덕1리 '귀덕향사'에서 마을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자원활용한 체험 프로그램 발굴·제작
마을 주민 만나며 문화·환경 등 본모습 알아


[한라일보] "제한된 교실에서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과 함께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직접 밖으로 나가 그 주제를 '실물'로 마주하고 경험해 볼때 폭 넓게 확장되는데, 그런 경험의 무대로 '제주'라는 공간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만들어 볼 만한 것이 많은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가능성 때문에 제주에서 풍부한 자원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죠."

경기도 수원에서 10여년 넘게 '사고력 체험 프로그램' 교육과 개발을 하는 일을 해 오던 홍성아(48) 씨가 2014년 제주 이주를 결심한 이유다.

그는 현재 한림읍 귀덕1리 마을의 '귀덕향사'라는 공간에서 마을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과 '제주 인문학 클래스'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홍씨는 제주 이주 당시 마을 안에서 마을 사업이나 공동체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주 이후 마을에서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해 왔던 일과 경험치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덕향사' 홍성아 씨.
홍씨는 귀덕마을의 문화와 환경 등 마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눈여겨 봤다. 그는 제주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들이 흔하게 많이 떠오르지만, 마을의 이야기나 매력은 상대적으로 묻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홍씨가 귀덕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알게된 마을의 환경이나 사람들, 그 안에서 자라는 밭작물들의 건강한 매력과 가치를 귀덕향사라는 공간을 통해 의미있는 콘텐츠를 제작·발굴하며 분주한 삶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이주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준비보다 하던 일에 대한 마무리가 더 중요했다"면서 "오랫동안 살아온 지역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매듭을 지어야 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었고, 덕분에 그 마무리는 제주에서의 출발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저에게는 '제주 사람들'이 더 큰 숙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 건너의 '육지것'에게 '제주 괸당'의 벽은 직접 마주하기 전부터 공포스러운 존재였거든요."

현재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을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그에게도 이주 당시 제주의 괸당의 벽은 큰 걱정이었다. 이를 풀기 위한 답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막막했다.

그는 "제주에 이주한 첫 1년을 제주시에서 생활했었는데, '제주 인문학 체험 프로그램'의 커리큘럼을 짜기 위해 다양한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던 그 시절엔 '소통'이 되지 않아 아무 것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참 힘들었다"면서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의 저는 섬 안에 있지만 일정한 거리 '밖'에서 '제주'를 바라보는 이방인일 뿐이었으니 '이방인'의 이야기가 와닿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텐데, 그런 이질감과 거리감은 마을 안으로 들어와 마을 사람, 이웃이 되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떤 목적이나 의도없이 시간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마을의 이야기는 저의 스토리가 됐고, 또 저의 고민은 함께 풀어야 할 우리의 숙제가 됐다"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녹아들면서 제주의 삶과 저의 일 모두 마을과 함께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에게 제주이주에 대한 후회는 없는지 묻자 "제주에 왔기 때문에 떠나온 곳에 대한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게 됐고, 제주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도전과 누릴 수 있는 행복으로 꽉 찬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이 얼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의 삶은 제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분기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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