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석의 특별기고] 생명기상, 우리가 느끼는 기후변화
입력 : 2023. 06. 05(월) 00:0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한라일보]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인도에서는 50도라는 기록적인 기온이 관측됐고, 런던도 8월에 40도를 넘기며 역대 최고기온을 다시 썼다. 우리나라도 작년 제주시의 열대야 일수가 8월 말 기준 52일로 관측 사상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

점점 강해지는 계절의 폭주 현상을 바로 알고, 이에 대처할 방법을 찾기 위해 국립기상과학원에서는 '생명기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상학의 한 연구 분야인 생명기상학(biometeorology)은 생명체와 기상의 상호작용을 다룬다. 연구 분야가 매우 다양해 도시열섬 등 도시 구조에 따라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보건 영향을 다루기도 하고, 관광기상이나 스포츠레저기상같이 인간 활동에 따라 분화되기도 한다. 또 축산기상이나 우주기상으로 그 대상과 장소가 확장되기도 한다.

기상현상에 따른 영향과 피해를 예측하는 것은 기상을 예측하는 것과는 다른 영역이다. 기온이 기후 값을 넘어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사망률과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러한 피해는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열 스트레스를 표준화된 지수로 나타냄으로써 좀 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지수는 기온, 일사, 풍속, 습도로 구성된 주변 환경이 인체 내부에서 생산된 열을 충분히 식혀줄 수 없을 때 폭염 피해를 예측하고, 인체의 열이 외부 환경으로 너무 많이 빠져나갈 때 한파 피해를 예측한다.

봄철 가뭄은 또 어떠한가. 얼핏 농작물 정도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호흡기 알레르기, 특히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기 중에 퍼진 꽃가루는 매우 가벼워서 잘 가라앉지 않는다. 따라서 가뭄이 들거나 강수일수가 감소하면 대기의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농도가 높아지고, 알레르기 환자의 증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번 봄의 예년보다 높은 꽃가루 농도도 고온과 강수량 부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리고 특히 기상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분야는 농업이다.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서리 일수는 어떻게 될까? 지난 20년간 전국의 기상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봄철 끝서리일이 늦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기온 상승에 따라 농작물 재배 시작일이 앞당겨질 수 있는 반면, 봄철 서리 피해 위험도는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상청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함께 농업지역의 서리 발생을 자동 관측하고 예측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생명기상'은 우리의 삶의 질을 평가하고, 생명체에 발생하는 피해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기후변화가 심화함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기상 및 환경 요소의 생명체에 관한 영향 연구가 필요해질 것이다. 생명기상 연구를 통해 날씨와 생명의 연관성을 깊이 이해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날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기를 기대한다.<강현석 국립기상과학원장 직무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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