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경의 건강&생활] 램프의 요정
입력 : 2023. 05. 31(수) 00:0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한라일보] "집중이 안 되고 머리가 멍해요."

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하며 진료실을 찾는 사람이 나날이 늘고 있다. 대개 좋은 성적이나 업무 수행, 자격증 취득, 직장 취업을 원하는데 집중이 안 되서 불안하고 우울하다며 약 처방을 원한다.

ADHD 약물이 산만하고 충동적인 특성의 일부 사람들에게 집중력을 높이고 안정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도 있다. 지속적으로 약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스스로의 문제 해결력은 약해진다. 매번 변비약을 통해 변비를 해소하는 사람의 장은 변을 밀어내는 힘이 약해져 약이 계속 강력해져야 하듯이.

그리고 더 큰 문제는 현대 의학의 이런 접근이 불편한 모든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 수동적인 서비스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면 약이나 병원을 이용하지 말라는 말인가?

인간 정신·생리작용의 두 축은 욕망과 두려움이다. 욕망의 추구와 두려움의 회피는 인간에게 매우 자연스럽다. 나아가 인간은 상상을 현실화하는 능력이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과거 인류에 비해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며, 외모를 아름답게 바꿀 수 있고, 인터넷과 A.I.(인공지능)를 이용해 과거에는 천재나 가능했던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보다 자유롭고 편리하며, 평화롭고 질서 있는 세상을 살아간다. 이제 인간의 상상은 메타버스와 휴머노이드를 만들며 우주를 날아다닌다. 그런데 이 놀라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과거에 비해 더 행복한가? 자신이 누구인지 더 잘 알고 있을까?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작용과 반작용의 힘을 통해 흘러간다. 현대에 작동하는 '작용' 중 하나는 '감각적 즉각성'이다. 원하는 것이 빨리 감각적으로 충족돼야 한다. 만족이 외부에서 주어지기에 자기에 대한 이해와 신뢰는 낮아졌고 내면은 공허하다. 현대인의 의식이 구체적으로 감각되는 것들에 지나치게 집중되다 보니 모호한 전체성을 감지하는 힘은 약해지고 의식과 무의식의 연결도 희미해졌다. 그러니 이 시대의 '반작용'은 '감각 너머'와 '자기 성찰'이다.

이제는 고전이 된 영화 '매트릭스' 속 주인공처럼 우리 앞에도 파란 약과 빨간 약이 놓여 있다. 영화에서는 파란 약을 먹으면 편리하지만 과학기술에 종속돼 자신이 누구인지 잊은 채 가상현실을 살게 되고, 빨간 약을 먹으면 과학기술의 인간 지배에 맞서 싸우며 자신을 찾아가는 험난한 삶을 산다. 현대의 우리 대부분은 이미 파란 약을 삼켜 그 작용 아래 있다. 빨간 약의 반작용을 활용해 깨어날 것인지 선택이 남아 있을 뿐.

욕망의 실현과 두려움의 해소에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합리적일 것이다. 다만, 최종적인 문제 해결자는 자신이어야 한다. 문제를 통한 자기 성찰과 수양 속에서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불편과 괴로움으로 투덜거리게 되는 순간 당신 자신이 램프의 요정 지니임을 기억하라. 당신의 상상이 당신을 만든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바랄 것인가? <신윤경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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