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오늘부터 화가는 죽었다
입력 : 2023. 03. 21(화) 00:00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한라일보] 인간의 눈과 귀는 두 개이고 입은 하나인 이유는 보고 듣는 일은 많이 할수록 좋고 말은 적게 할수록 좋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삶의 지혜가 아닌 기능의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눈이 두 개인 이유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양보다 공간을 파악하는 능력과 관련된다. 두 개의 눈 때문에 원근을 파악할 수 있다. 인간과 달리 눈(렌즈)이 하나인 카메라는 멀리 있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카메라의 눈이 인간의 눈과 다른 점 중에는 빛에 반응하는 정도도 있다. 카메라 렌즈는 빛이 사물 표면에 반사돼 생기는 반짝임을 인간의 눈보다 훨씬 더 반짝이게 본다. 사진처럼 보이도록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포토리얼리즘 작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자동차, 쇼윈도와 같이 반짝이는 대상을 삼은 이유도 이처럼 반짝임에 민감한 카메라의 특성을 잘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카메라는 포토리얼리즘 외에도 미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작품에는 카메라의 특징이 반영됐다. 그러나 포토리얼리즘처럼 드러내놓고 사진을 활용했다는 것을 밝힐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20세기 초까지도 사진은 창의성이 없기에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카메라가 화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카메라에 화가들은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가 사진을 발표하던 날 화가였던 폴 들라로슈는 "오늘부터 회화는 죽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화가가 매체에 압도당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인상주의나 포토리얼리즘 화가들처럼 오히려 매체를 자신의 표현 도구로 만들어 사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매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화가들은 카메라를 넘어 컴퓨터, 홀로그램, VR 등 다양한 매체를 마주할 때마다 오히려 이러한 매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그런데 최근 화가들은 동굴벽화 이래로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가장 위협받고 있는 듯하다. 그림을 그려주는 인공지능인 달리2(DALL-E2) 때문이다. 달리2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글을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달리2는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고독한 한 사람의 뒷모습을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려달라는 글을 입력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준다. 따라서 누구나 달리2를 사용할 수 있고 쉽게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달리2가 그림을 그리는 수준이 화가와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라고 믿었던 몇몇 예술가의 말을 달리2가 실현해준 셈이다. 모든 사람이 화가라는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화가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오늘부터 화가는 죽었다."

화가들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구경만 할 일은 아니다. 예술의 모든 개념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2가 던지는 난제를 풀기 위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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