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소나무 수천 그루 의문의 집단 고사
입력 : 2023. 01. 26(목) 18:10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낙천리·조수리 2곳 마을서만 4900여그루 말라 죽어
시료 분석 결과 재선충 발견되지 않아 고사 원인 미궁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한 농장 주변의 소나무들이 누렇게 말라 죽어 있다. 강희만 기자
[한라일보] 악성 산림전염병인 재선충병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제주지역에서 소나무 수천 그루가 집단 고사해 또 다른 감염병이 창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 농장 주변에 있는 소나무마다 QR코드가 찍힌 '병해충 밴드'가 부착돼있다. 병해충 밴드가 부착된 소나무들은 한결같이 푸르름을 잃은 채 누렇게 입이 변해 말라 죽어있었다. 농장 주변에서 이렇게 말라 죽은 소나무가 10여 그루다.

농장을 중심으로 몇 미터를 더 걸어가자 고사한 소나무들이 또 나타났다. 높이 약 10m에 이르는 비교적 큰 소나무부터 높이 2m 안팎의 어린 소나무까지 모두 말라 죽었다.

낙천리 바로 옆 마을인 조수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을 곳곳에서 입이 누렇게 변해 고사한 소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제주시와 세계자연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올해 초부터 지난 17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공동 조사한 결과 낙천리와 조수리 2개 마을에서만 소나무 4900여 그루가 집단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산연구부는 고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소나무 14그루에서 시료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병해충을 확인하는 '검경'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들 소나무에선 재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

누렇게 말라죽은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소나무에 부착된 병해충 밴드. 강희만 기자
최근 10년 사이 도내 단일 지역에서 소나무를 집단 고사시킨 주범은 대개 재선충병이었다. 재선충병은 크기 1㎜ 내외의 재선충이 나무 안에서 증식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하는 병이다.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솔수염하늘소와 같은 매개충에 기생하며 살다가 매개충이 새순을 갉아먹을 때 나무에 침입한다.

재선충병이 제주에서 처음 확인된 시기는 2004년이지만 본격적인 확산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 2013년 이후 도내에서 재선충병에 걸려 죽은 소나무만 200만 그루가 넘는다.

산림당국은 누군가 농약을 주입해 한경면 일대 소나무가 고사했을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주입 흔적이 없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솔껍질깍지벌레에 의한 감염이다. 솔껍질깍지벌레는 나무껍질 속에서 수액을 빨아먹는 해충으로 재선충과 함께 소나무에 큰 피해를 주는 3대 산림병해충으로 꼽힌다.

솔껍질깍지벌레는 지난 2014년 추자도에서 처음 발견돼 이 지역 해송림을 초토화 시켰다. 솔껍질깍지벌레는 2018년 제주 본섬까지 침투해 구좌읍, 한림읍 지역에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당시 고사 규모는 수백 그루에 그쳤고 이번처럼 제주 본섬 내 단일 지역에서 수천 그루의 소나무에 피해를 준 적은 없다고 제주시는 밝혔다.

세계자연유산본부 산림환경연구과 현익현 과장은 "솔껍질깍지벌레는 현재 땅속에서 휴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벌레에 의해 소나무가 고사한 것인지를 확인하려면 활동 시기가 도래하는 3~4월쯤 현장을 찾아 실제 출몰해 피해를 주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며 "또 솔껍질깍지벌레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현재로선 추정일 뿐, 지금 단계에선 고사 원인은 미궁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솔껍질깍지벌레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타 지역 전문가를 섭외해 현장 조사를 다시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지숙 제주시 산림병해충팀장은 "아직 고사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재선충과 솔껍질깍지벌레 등 두 가지 병해충에 대한 동시 방제 효과가 있는 나무 주사를 주입할 계획"이라며 "고사목 제거 여부에 대해선 계획을 수립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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