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없어서도, 보여서도 안되는… (4)어촌 이탈 행렬
바다 떠나는 외국인… '무단 이탈' 바라보는 두 시각
선주 "어촌 인력난 주요 원인·차기 어선원 배정에도 불이익"
외국인 "사전 지식 적고, 낮은 임금·고된 업무·위험 노출 삼중고"
강다혜기자 dhkang@ihalla.com입력 : 2022. 07. 26(화) 17:15
그물 손질하는 외국인 선원들. 한라일보DB
[한라일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신규 선원 유입이 차단되자 외국인들이 미련없이 어촌을 떠나고 있다. 고된 작업 환경을 견디지 못해 떠나거나 임금이 높은 타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인데, 고용주의 허락 없이 지정 근무지를 이탈한 근로자는 '불법 체류' 신분이 된다.

■"그렇게 밤 중에 선원 도망가면 어떻게 해요?" "어떵 말이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거주"

어민들은 외국인 선원들의 이탈을 어촌 인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선주 A씨(제주시 한림읍 한림항)는 "배를 20년 정도 타보니, 신규 선원이 하루 일하는 모습만 봐도 오늘 밤에 도망갈지 계속 일하려는지 알겠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탈자는 10% 이상으로 보인다. 이탈자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행정력을 갖는 관리체계도 없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취업 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들의 이탈 숫자는 기존에도 높았다. 제주에서도 매해 200~300명 가량의 이탈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산업계에선 유자망 등 20t 이하 작은 배에서의 선원 이탈률이 높다. 연근해 어업 외국인 어선원 수급은 어선 크기에 따라 나뉘는데, 20t 이하 작은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은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E-9)를 통해 고용된다. 20t 이상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은 외국인선원취업제도(E-10)로 입국한다. 이 경우 수산업협동조합 또는 수협과 계약을 맺은 송입·송출업체가 고용과 관리 전반을 담당한다.

현장에서 어민들이 체감하는 두 분류의 차이점은 승선 경험의 유무다. 선원비자로 입국한 선원은 승선 경험은 물론 어선원 취업 관련 교육,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입국한다. 반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어선원의 경우 한국어능력시험 외 어업 분야에 특화된 교육이 잘 주어지지 않는다.

선주들은 선원 이탈에 따라 적정어기 출어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차기 어선원 배정에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선주 B씨는 "(외국인들이) 배 타러 온다고 하면 빨리 입국할 수 있으니 일단 어업으로 들어오고, 이후 도망가거나 타 업체로 가겠다며 싸인해 달라고 한다. 선주가 때리거나 괴롭혔다며 인권단체에 제보하는 경우도 많다"며 "피해를 본 어민 입장에선 도움을 받을 데가 없다. 어디로 갔는지 위치 파악도 힘들 뿐더러, 어렵게 소재를 알게 돼도 복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20t 미만 선박 어선원들이 이탈할 경우 정말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선원취업제도처럼 관리 업체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다 등지는 외국인… 왜 떠날까?

지정 사업장을 이탈한 외국인들이 택할 수 있는 행선지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도내 외국인 네트워크와 근로자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미등록 신분이 된 외국인들의 첫 행선지는 같은 사업장, 선원의 경우 타 선박이다. 동료 외국인과 처우를 공유하거나 사설 인력 중개소 아래 소속돼 정해진 근무처 없이 일하는 방식도 흔하다. 이 경우 특정 시기에 한정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사업장으로 동원된다. 육지 제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어선원 이탈이 잦은 이유를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입국 후 어업 현장에 적응하기 힘든 상황 탓이다. 또 너도나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데 높은 몸값을 부르는 곳에 가면 될 일을 굳이 고된 작업인 어업에 종사할 필요가 없어서다.

특히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경우 승선 근무를 위한 사전 지식이 부족한 채 입국하는데, 열악한 환경과 위험이 상존하는 거친 바다에서의 승선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직 희망자의 대부분은 임금이 높은 육상의 제조업 등으로 고용되기를 원하지만, 희망하는 업종 내 구직이 어려운 때가 많아 어업 분야에 구직 신청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했다.

2007년 어선원 비자(E-10)로 입국한 후 현재 도내 한 선박에서 근무 중인 C씨(30대·인도네시아)는 "어디서 일할 지 잘 모르고 입국했다가, 임금을 올려준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노출돼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탈한 이후 지정 직장이 없어져서 이도저도 못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는 외국인들도 많은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탈이 잦아지자 비인권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2010년 입국한 외국인선원 3명과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는 선주 D씨(서귀포시 모슬포)는 "외국인들이 이탈하는 이유는 일이 힘들어서도 있지만, 일단 브로커들이 너무 많다는 점과 선주들의 태도 탓도 있다"며 "바다에서는 별의별 일이 다벌어진다. 예전보단 많이 좋아졌지만, 폭언을 일삼거나 숙식을 엉망으로 제공하는 선주들도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도내 이주민단체 관계자는 "1차산업에 소속된 외국인들이 가끔 사업주의 위법행위 등을 제보하러 우리에게 오거나 고용센터로 가는데, 일을 그만 두고 육지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탈이라는 단어 자체만 보면 나쁘게 들리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더 나은 처우와 삶을 찾아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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