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뉴울꽃 제주오름](9) 새별오름 들불축제 그 이후
불꽃의 화려함 뒤 울부짖으며 죽어가는 생명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입력 : 2021. 04. 17(토) 21:18
들불축제 후 타버린 새별오름.
자연에서 하는 의식은 자연과 인간, 신과 인간의 교류를 원하는 인류의 가장 근원적인 한 형태이다. 의식에서 출발한 축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가장 잘 표출하도록 해야 한다. 축제는 지역공동체와 제주의 정체성을 추구하며 자연에 경외감을 갖는 소박한 바람이다. 이러한 인간의 바람에 자연은 적합한 '공간'과 '시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인간은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는 자연의 숭고한 뜻을 거역하고 거대한 욕심으로 쾌락의 짧은 시간을 위해 새별오름을 불태우고 있다. 불꽃의 화려함 뒤에 울부짖으며 죽어가는 생명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다.

 새별오름의 봄은 언제나 불에 타버린 모습이다. 검게 변한 모습에서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 '흑사병(페스트)'이 생각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14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병이 진행되면서 살이 검은빛으로 변하며 죽어가는 병이다. 살덩이가 검게 썩어가는 이 참혹한 질병에는 용서도 예외도 없었고 왕족이라는 고귀한 핏줄은 물론 어떠한 신분도 용납하지 않았다.

 검은 죽음은 인간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다. 새별오름에도 매년 찾아오고 있다. 그들이 자연에서 불꽃놀이라는 것을 들불축제라 명명하여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짧은 즐거움이 지나간 자리에는 검게 변하여 처참한 모습의 새별오름이 있다. 검게 죽어가는 새별오름 속으로 들어가 봤다.

여전한 중장비 사용과 화약 잔류물.
 오름에 중장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함에도 들불축제 전이나 끝난 다음에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오름의 답압을 유발하고 식생을 파괴하는 중장비의 사용은 근절되어야 함에도 그들은 언제나 그렇듯 자연을 경시하는 태도는 변함이 없다.

화약 사용 후 환경 영향 여부 조사 전무

 화약을 사용하여 오름을 불태우고 남은 잔류물도 그대로 있다. 잔류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한번도 조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오염현황 파악을 위해 시료를 채취하여 토양에 남아 있는 오염물질을 조사하여야 한다. 폭죽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과 남아 있는 잔류물이 비산되어 주변의 초지와 동식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이날도 바람이 정상으로 불면서 탐방객이 날리는 재를 뒤집어쓰고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고 있었다

 화약사용에 관하여 제주시에 정보공개청구로 자료를 요청했다. 2021년 새별오름 들불축제에 사용한 화약사용량은 심각했다. 5,600개가 넘는 폭죽을 사용했다. 여기에 사용된 화약의 총 사용량은 무려 1,000kg 이나 되었다. 사용한 운영비만도 4억6천만원이 넘는다. 어마어마하게 사용된 무게와 비용만큼 환경오염의 문제도 심각하다. 남겨진 화약잔류물이 환경오염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제주시는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단 한 번도 새별오름에 대한 식생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기에 더해 당연히 새별오름 토양에 대한 화학잔류물 조사 또는 잔류물이 토양과 제주지하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조사하지 않았다. 제주 중산간은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다. 화학잔류물이 얼마나 존재하며 어떻게 토양과 지하수에 침투되어 비에 쓸려 바다로 들어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곳에 자라는 식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토양 피복과의 상관관계도 조사해야 함에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들불축제 이후 새별오름.
 불꽃축제를 즐기는 시간은 매우 짧다. 하지만 준비하는 시간은 매우 길다. 임시 모노레일을 깔고 수많은 공사관계자와 장비가 동원되어 일차적으로 새별오름 사면을 훼손하고 있다. 밟은 자리는 세굴현상이 일어나 침식이 진행되고 수많은 담배꽁초는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 불에 태워진 곳은 경사가 매우 심한 곳이다. 패어버린 토양은 한동안 초목이 존재하지 않고 식생이 자라지 않는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남아 있는 오염물질이 외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동현상은 비산먼지 발생과 토사유출의 형태로 이뤄지며 주변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공간까지 오염물질을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토양으로 유입된 화약류 오염물질은 집중호우시 지하수로 유입되거나 표면유출에 의해 주변 하천으로 유입될 수 있으며 멀리 바다까지 흘러갈 수 있다.

 사진에서 보듯 폭죽은 토양오염 및 식생피복의 변화, 지형변화, 사면의 안정성, 지반침하 여부, 녹지면적 및 동식물 서식지 변화, 하천과 지하수 오염 여부, 경관훼손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자연에서 해서는 안 되는 축제인 것이다.

들불축제 불꽃놀이 잔류물.
 불꽃놀이 이후 남는 것은 잔류물과 연기뿐이다. 여기에 포함된 성분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고 제주시에서 발표한 적도 없다. 들불축제 이후 새별오름의 오염으로 인한 문제는 잔류물질이 토양 및 주변지역으로 유출되어 탐방객의 건강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새별오름 주변지역에서 화약류나 중금속등 오염물질이 검출되는지 여부와 검출된다면 그 농도가 어느 수준인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제주도 당국은 주변의 하천 및 토양 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하며 검출된 농도가 주변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인지 생태 건강성을 조사함으로써 오염물질 유출로 인한 생태영향이 발생하는지도 조사하여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일반적인 자료를 찾아보면 불꽃이 발사될 때 인간과 환경에 손상을 입히는 납, 바륨, 크롬, 염소산염, 다이옥신, 연기, 입자상물질, 이산화탄소, 질소, 황산화물 등과 같은 중금속으로 이뤄진 독성 물질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러한 유해물질들은 기후에 따라 다르지만 대기중에 어느 정도 머무른다. 불꽃놀이 직후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 얼마나 머물고 있고 어느 정도의 농도를 유지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부경대학교 다이옥신연구센터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해운대 해수욕장의 여름철 야간 개장 기간에 폭죽이 터졌을 때의 대기 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폭죽이 연소할 때 대기오염물질의 농도는 1827 ppb으로, 이는 일반 대기(5.55 ppb)의 약 330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벤젠은 690ppb에 달했고, 다이클로로메테인은 476ppb로 조사됐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분류기준에 따르면, 벤젠은 1군 발암물질이고 다이클로로메테인은 2군 발암물질이다.

 1군 발암물질은 인체에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고, 2군 발암물질은 인체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서 인체의 건강에 아주 유해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이다.

분해되지 않는 독성물질 가득한 폭죽 환경 파괴

 인간도 이럴진대 주변에 서식하는 동식물에게 오염물질과 더불어 폭죽이 터지는 소리도 큰 고통이다. 대부분의 조류 종류는 한동안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뿐더러 야생동물에게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폭죽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폭죽은 단시간에 과다한 대기오염을 유발해 위험한 독성물질과 해로운 화학물질을 공기 중에 남기며 게다가 독성 물질 중 일부는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이 물질에 접촉하는 모든 대상은 중독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들은 불꽃놀이를 금지하고 있는 추세다. 세계 최악의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인도 뉴델리시도 불꽃놀이로 골머리를 앓았다. 인도 힌두교 최대 명절이자 '빛의 축제'라 불리는 '디왈리' 축제가 있다. 어둠을 쫓아내고 빛의 승리를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주민들 대부분이 축제에서 폭죽놀이를 즐긴다. 이로 발생한 발생하는 먼지와 대기 오염물질은 뉴델리 대기오염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델리는 폭죽판매를 금지하였다.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콰도르에서 약 1,000km 떨어진 군도다. 이곳에 서식하는 이구아나와 거북은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연구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특유의 생태계를 보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갈라파고스 제도 생태계는 불꽃놀이의 영향으로 동물들의 심박수가 높아지고 불안으로 몸을 떨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이에 에콰도르 당국은 야생 동물과 자연 보호 차원에서 갈라파고스 제도 내 불꽃놀이용 폭죽 판매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플라스틱 사용까지 제한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정책은 전 세계와 에콰도르의 자연 보전에 있어 선물이라며 반기고 있다.

 독일에서는 새해를 기념하여 불꽃놀이 축제가 국가적인 행사이다. 악령이 재앙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한 것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 지금의 불꽃놀이로 이어졌는데 새해를 맞이하여 행운을 빌고 즐기기 위한 하나의 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불꽃놀이는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떠올라 국민의 건강을 크게 해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고 한다.

 이날 독일 전역에서 불꽃놀이로 발생하는 미세분진의 양은 1년 내내 자동차가 뿜어내는 오염 물질량의 15%에 달한다. 독일 환경청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불꽃놀이 미세분진 속엔 마그네슘, 구리, 바륨 등의 금속성분과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의 오염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건강에 더욱 해롭다고 밝혔다.

 국내 신문기사를 보면 여의도 불꽃 축제는 매년 100만 명의 인파가 모이는 대규모 행사이지만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울렛 파주점에서 진행된 불꽃놀이에서는 주민들이 불꽃놀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날 만큼 사람에게도 불꽃놀이에 의한 소음과 진동마저 공포의 대상이 되거나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환경과 사람에게 좋지 않은 폭죽 사용을 금지하여야 하며 불꽃놀이 대신 환경에 무해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에게는 순간 활력을 주는 불꽃놀이가 자연의 활력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 불꽃대신 드론을 사용하여 자연보호를 위한 다른 즐길 거리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들불축제의 목표는 많은 방문객들이 지역을 방문하게 만드는 것이고 이를 통해 경제와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활성화시키는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환경을 파괴한 댓가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화약을 사용한 불꽃놀이와 제주에서 해왔던 '방애불'놓기는 아무 연관이 없다. 오로지 사람의 즐길 거리를 찾기 위한 것일 뿐이다. 자연스럽게 오름을 태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불필요하고 지나친 서비스다.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져야 함에도 인간을 위하여 벌이는 불꽃놀이는 과도한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는 물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생명감수성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생명감수성은 생명체에 대한 자극을 받아들이는 성질이나 느낌을 말한다. 어떤 생명체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아름답다. 그런데 이런 생명체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이 무디면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할 수 없다. 자연에서 불꽃놀이는 어릴 때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지 못한 어른이 만드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해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안다면 이러한 비상식적인 축제는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다양한 생물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새별오름에서 자연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생명감수성을 기르고 공감을 주고받는 축제로 바꾸었을 것이다.

들불축제 이전 새별오름.
 들불축제를 하면서 새별오름을 보호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배려라도 있는지 궁금하여 제주시에 정보공개를 다시 청구했다. 첫째, 제주시 관광진흥과에서 2020년 12월에 오름가꾸기자문위원회에 참석하여 2021년 들불축제를 위해 새별오름을 자연휴식년제에서 연기하거나 제외시켰는지 여부에 관한 것인데 답변은 이렇다. "사계절 관광자원화를 위한 기반시설이 기 조성 되어 있고, 오름탐방객 통제도 불가한 상황이므로 지정대상 제외요청" 이라는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들불축제 하면서 관광진흥과 또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식생조사(식물, 동물, 곤충 등 및 토양)를 한 적이 있는지 여부와 조사한 것이 있다면 자료는 있는지에 대한 청구인데 여기에 답변은 "식생조사 시행사항 없음" 이다.

 새별오름은 과도한 탐방객으로 인해 망가져 가는 오름이다. 그래서 휴식년제로 지정할 것을 수차례 건의할 정도였다. 그런데 제주시 관광진흥과에서는 들불축제 때문에 자연휴식년제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오름가꾸기자문위원회에서 이러한 사항을 묵인했다는 것이다. 자연휴식년제로 묶어야 할 오름가꾸기자문위원회에서 20여년동안 식생조사는 커녕 토양의 오염조사조차 한번도 하지 않은 제주시 들불축제를 그대로 두었다는 것이다. '가꾼다'는 것은 좋은 상태로 만들려고 보살피고 꾸려 간다는 것이다. 오름가꾸기자문위원회에서 말하는 가꾸기는 들불축제 불꽃놀이를 의미하는 것인가.

 그래서 지난 5년간의 기록을 제주시에 다시 청구하였다. '들불축제평가보고회'에서 오름보호에 관한 내용은 단 한줄도 었었다. 2021년 '세부실행계획', '안전관리계획', '안전정책실무조정 회의' 에서도 새별오름을 어떻게 보호하겠다는 단어조차 보이지 않았다. 새별오름은 단지 이용의 대상일 뿐이었다. 이용하다 망가지면 버리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또한 제주도 환경정책부서는 들불축제시 새별오름 환경과 식생보호를 위해 제주시와 협의한 적이 있었는가. 자연휴식년제로 보호해도 모자랄 판에 이러한 환경파괴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제주시는 5,600여개의 폭죽을 쏘아올리고 1,000kg이나 되는 화약을 사용한 축제가 새별오름과 주변의 환경보다 더 소중한가 묻고 싶다.

불꽃의 아름다움에 취해서는 안된다

 자연에서 축제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성공의 의미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후회는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미래를 넓힐 수는 있다. 이제라도 미래를 바꿔야 한다.

 우리는 불꽃의 아름다움에 취해서는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들불축제는 시간이 지나며 새별오름 생태와 생명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자연에서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보자. 순간의 화려함을 선택하던지 또는 지속가능한 자연의 혜택을 오랫동안 받을 것인지 우리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인간의 탐욕스런 만용에 제동을 걸고 자연에 동화되는 것이 인간과 동식물 그리고 대지를 아우르는 진정한 조화이다.

 새별오름에서 귀를 잘 기울여 보면 땅 밑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새싹을 피우려는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그 가냘픈 생명이 인간에게 삶을 기대고 있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김홍구/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