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의 문연路에서] 혈세 받는 공적 단체, 선거판 들러리 안돼
입력 : 2026. 08. 25(화) 02:00수정 : 2026. 08. 25(화) 06:21
한동수 hl@ihalla.com
더 무거운 정치적 중립 의무
행정, 명확한 기준 세우고

위반시 단호한 책임 물어야

[한라일보] 선거 공정성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특히 도민 혈세로 운영되는 기관과 단체라면 정치적 중립의 의무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지원을 받는 만큼 선거 앞에서는 한층 신중해야 한다. 개인의 정치적 선택은 자유이나, 기관과 단체의 이름과 조직력이 선거에 동원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도내 주요 공적 단체들은 지역 사회 발전을 이끄는 핵심 주체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으며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다. 이러한 조직의 영향력이 특정 후보나 정치 세력을 돕는 데 쓰인다면 이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선다.

무엇보다 이들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 행태부터 강력히 비판받아야 한다. 선거에서 자신을 도운 이른바 '선거공신'에게 보은성으로 기관의 주요 직책을 챙겨주거나, 이들이 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때 정치권이 암묵적으로 개입하는 구태는 반드시 끊어야 할 악습이다. 정치인이 앞장서서 공적 단체를 전리품처럼 취급하고 줄 세우기를 강요한다면 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주도와 행정시의 안일한 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선거철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됨에도 문제가 터진 뒤에야 수습하거나 해당 단체의 몫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예산을 지원하고 관리·감독할 책임을 진 행정이 수수방관한다면 잘못된 관행은 끊어낼 수 없다. 아무 일 없기를 바라는 것은 요행이지 관리·감독이 아니다. 선거 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진정한 행정의 역할이다.

위반 시 책임을 묻는 기준 역시 엄격해져야 한다. 부당한 선거 개입이 확인될 경우,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보조금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차년도 예산 삭감 등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상습적이거나 중대한 위반에 대해서는 더 가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도민의 세금은 맹목적인 눈먼 돈이 아니다. 공적 목적에 맞게 쓰이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원칙을 어겨도 제재가 없다면 어떤 규범도 힘을 잃고 만다.

이는 결코 특정 기관이나 단체를 옥죄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조직과 구성원을 보호하고 본연의 설립 목적에 집중하게 하려는 조치다. 각 단체는 본연의 역할과 도민의 권익 보호, 그리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도민과 회원을 바라볼 때 그 존재 이유도 선명해진다.

제주도와 행정시는 더 이상 관망해선 안 된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원칙을 어겼다면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원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이 바로 설 때, 비로소 각 기관과 단체도 정치적 논란을 털어내고 도민 신뢰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수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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