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거대한 용암이 흘러간 길… 비경을 만끽하다
입력 : 2026. 08. 14(금) 03:00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열일곱 번째 거문오름 트레킹
지난해 열린 '2025 세계자연유산 제16회 거문오름 트레킹'. 한라일보 DB
분화구·정상 능선 따르는 태극길
5일만 한시적으로 열리는 용암길
갱도진지·4·3도피처·숯가마터 등
아픈 역사 녹아든 공간… 식생 공존
공연·체험·주민참여 프로그램 다채



[한라일보] 태고의 신비를 품은 '거문오름'. 신비로운 동굴들을 만든 거대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다시 걸을 시간이다. '열일곱 번째 거문오름 트레킹'이 열리고 있어서다. 용암이 흘러간 길 위에 생긴 울창한 수림이 검은색을 띠고 있어 '신령스러운 공간'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처럼 거문오름의 여름은 짙은 신록과 이야기가 더해지며 '신비의 숲'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l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거문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와 구좌읍 덕천리에 걸쳐 있다. 해발 456m(둘레 4551m)의 화산체인 거문오름은 지금으로부터 약 8000년 전에서 1만년 전 사이에 화산활동으로 형성됐는데, 이 과정에서 폭발적인 현무암질 화산활동과 함께 분화구 안에 해발 112m의 또 다른 작은 화산체인 알오름이 솟게 됐다. 또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류가 지형 경사를 따라 북동쪽 해안까지 구불구불 흘러가면서 '선흘곶'이라 불리는 독특한 곶자왈 지형을 만든데 이어 왼쪽으로 방향을 튼 용암은 벵뒤굴을,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용암은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20여 개의 용암 동굴들을 만들었다. 이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거문오름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도내 37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 가운데 유일하다.



ㅣ신비의 숲, 두 개의 탐방코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국제트레킹위원회가 주관해 지난 13일부터 시작해 이달 17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에서 열리는 '2026 세계자연유산 제17회 거문오름 트레킹'은 두 개의 탐방코스로 운영된다.

탐방 코스는 A코스 '태극길'과 B코스 '용암길'로 나뉜다. 두 코스의 총길이는 약 12.7㎞에 이른다. '태극길'은 말발굽 모양의 거문오름 분화구와 오름 정상부 능선을 따라 걷는 탐방로다. 탐방로 모양이 마치 태극 문양을 형상한다고 해 '태극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용암협곡, 알오름전망대, 화산탄, 풍혈, 숯가마터, 용암함몰구, 수직동굴 등 거문오름 분화구를 둘러본 뒤 오름 정상부의 9개 봉우리 능선을 돌아보게 된다. 전체 코스(6.7㎞)를 선택해 탐방하면 3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정상 코스(2.1㎞·1시간 소요), 분화구 코스(5㎞·2시간 30분 소요), 능선 코스(6.7㎞·2시간 소요) 등 일부 구간만 선택해 걸을 수도 있다.

용암길은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걷는 코스다.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분출된 용암류가 지형경사를 따라 흘러가면서 만든 길이라는 의미에서 '용암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탐방안내소에서 거문오름 정상, 용암길 입구, 벵뒤굴, 선인동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길로, 길이가 총 6㎞인 이 코스를 탐방하면 3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용암길은 행사 기간 5일 동안만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벵뒤굴 내부는 둘러볼 수 없다. 해설사 동행 탐방을 원하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함께 걸을 수 있다.

탐방로에서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와 주둔지, 4·3의 슬픔과 아픔이 녹아든 유적지, 숯을 굽고 화전을 일구던 생활터전 등 제주의 역사·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또 붓순나무·식나무·소나무·삼나무·편백나무 군락지 등 다양한 난·온대 식물들이 공존하는 거문오름의 식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ㅣ"탐방 전 출입증 발급받아야"

행사 기간에는 사전 예약 없이 거문오름을 탐방할 수 있다. 탐방 전 탐방안내소에서 반드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탐방 입장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로 제한한다. 다만 1일 강수량이 25㎜를 초과하거나 심한 안개 등 기상악화 때는 탐방이 통제될 수 있다.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용암길 종착지인 선인동사거리(차암 문화원 주차장)에서 탐방안내소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행사기간 동안 공연과 체험프로그램, 주민 참여 프로그램도 펼쳐진다. 먹거리장터, 선흘2리 주민들이 만든 마을가게, 환경을 생각하는 아나바다, 할망들의 전통 지름떡과 쉰다리 등이 운영된다. 거문오름에서 찍은 사진을 누리소통망(SNS)에 지정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면 선착순으로 기념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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