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건강&생활] 황혼의 불면증
입력 : 2026. 07. 22(수) 01:00
이소영 hl@ihalla.com
[한라일보] 잠은 달콤하고 편안한 휴식일뿐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수면 중에는 뇌 속 노폐물이 제거되고, 기억이 정리되며, 면역 기능과 호르몬 분비가 조절된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다른 신체의 변화들처럼 수면의 질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데, 특히 노년기에는 수면 부족이 인지 기능 저하, 낙상 위험 증가, 우울증, 심혈관 질환 악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잘 자는 것이 곧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인 셈이다.

수면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먼저 생체리듬 자체가 변화한다. 나이가 들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고 일주기 리듬이 앞당겨져 일찍 자고 일찍 깨는 경향이 생긴다. 여기에 관절염, 요통, 빈뇨, 만성 통증 같은 신체적 문제들이 겹치면서 수면이 자주 끊긴다.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정서적 문제도 불면증의 흔한 원인이며, 배우자 사별이나 사회적 고립처럼 심리적 스트레스가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또한 여러 만성질환으로 복용하는 약물 중에는 각성 효과가 있거나 수면 구조를 흐트러뜨리는 것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낮 동안의 활동량 부족과 지나친 낮잠도 밤잠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그렇다면 더 잘 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가장 기본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출근을 할 필요도 누구를 돌볼 필요도 없는 노년기에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닌데,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은 생체시계를 안정시킨다. 낮에는 햇빛을 충분히 쬐고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밤잠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운동은 취침 직전보다는 오전이나 낮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낮잠은 20~30분 이내로 짧게 자는 것이 바람직하며, 저녁에는 커피, 차, 술, 과식을 피하고 취침 전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좋다. 화면의 환한 빛이 우리의 뇌에 아침이니 일어나라는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서늘하게 유지하고, 침대는 잠잘 때만 사용하는 공간으로 정해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런 노력에도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제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노인에게는 특히 위험할 수 있다. 신경안정제 계열의 약물들이 대사가 느려진 체내에 오래 남고, 어지럼증과 근력 저하를 일으켜 낙상과 골절 위험을 크게 높인다. 또한 인지 기능 저하와 혼란, 섬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간 복용할수록 내성과 심리적 의존이 생겨 끊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스스로 판단해 복용량을 늘리거나 여러 약을 병용하는 것은 특히 위험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약물이 필요하더라도 반드시 의료진의 처방과 관리 아래 최소 용량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원인 질환을 함께 치료하고, 앞서 소개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약보다 훨씬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치료다. <이소영 하버드대 매스제너럴브리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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