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겨울 이겨낸 생명력… ‘봄 채소’ 식탁에 올려볼까?
입력 : 2026. 03. 13(금) 03:00수정 : 2026. 03. 13(금) 06:49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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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입맛 잡은 봄동… 달달하고 몸에도 좋아
고사리, 도민들의 추억이자 즐길거리 ‘소울푸드’
생리활성 성분·비타민 풍부해 원기 회복에 제격
고사리, 도민들의 추억이자 즐길거리 ‘소울푸드’
생리활성 성분·비타민 풍부해 원기 회복에 제격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한 농경지에서 농민들이 취나물 수확 작업. /사진=한라일보DB
[한라일보] "배추가 고기보다 맛있네요!" 연예인 강호동이 2008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봄동비빔밥'을 먹으면서 한 말이다. 강호동의 봄동비빔밥 먹방은 당시 전국적인 봄동 열풍을 가져왔다. 그로부터 18여 년이 지난 지금, 해당 영상이 SNS와 유튜브, 숏폼 등을 타고 다시금 봄동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대만카스테라, 달고나커피, 마라탕, 탕후루, 두바이쫀득쿠키…. 그동안 유행한 음식들은 달거나 자극적인 음식 위주였다. 혹자는 봄동 유행을 두고 "계속되는 자극에 지친 현대인들이 힐링을 위해 담백한 음식을 찾는다"고 진단한다.
필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봄동이 유행하는 것은 단순히 '진짜' 맛있기 때문이다. 제철을 맞은 채소의 맛이 설탕과 밀가루가 주는 즐거움과 견줄 만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강에도 좋아 먹으며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으니 더할 나위 없다. 이렇듯 자신의 계절을 맞아 맛과 영양을 가득 채운 봄철 채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l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봄동
봄동은 겉잎이 속잎을 싸고 있지 않는(비결구) 배추 중 겨울에 심어 봄에 수확하는 것을 지칭한다. 재배시기가 겹치는 얼갈이배추와 흔히 혼동되곤 한다. 겨울에 재배하는 배추를 통틀어 얼갈이배추라고 하기에, 개념상 얼갈이배추가 봄동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일상에선 겨울에 재배하는 반결구배추를 얼갈이배추라고 부른다.
봄동은 정확한 어원이 밝혀져있지 않다. '봄-똥'으로 발음된다는 점에서 봄 들녘에 소똥처럼 자라는 배추라는 설, 겨울(冬)에 재배해 봄에 수확하는 배추라는 두 설이 유력하다. 어느 설에 따르든 봄을 알리는 채소라는 점은 명확하다.
봄동의 제철은 1~3월이다. 봄동은 겨울이 따뜻한 전남 완도, 진도, 해남 등 남도지역에서 주로 재배돼 왔다. 물론 비슷한 기후의 제주 일부 농가에서도 봄동을 재배하고 있는데, 그 맛이 결코 남도지역 봄동에 못지않다.
봄동은 겨울철 추위 속에서 잎이 두꺼워지고 영양소가 많아져 단맛이 강하다. 달달하고 아삭하기에 겉절이로 해 먹기 제격이다. 신선한 봄동은 그 자체로 맛이 풍부해 다양한 양념이 필요하지 않다. 강호동이 먹은 봄동 또한 소금,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만으로 양념을 했다. 여기에 밥만 넣으면 단순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봄동비빔밥이 완성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손맛이지만 말이다.
l 제주를 대표하는 나물, 고사리
"고사리 명당은 가족한테도 안 알려준다"는 말이 있다. 4월 '고사리 장마'가 올 때쯤이면 자신만의 스팟에서 채취한 고사리를 햇볕에 말려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사리 채취는 그 귀한 고사리를 얻기 위함도 있지만, 고사리를 딸 때 "똑"하는 손맛을 위해 하기도 한다.
과거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고사리는 도민들에게 소중한 먹거리였다. 제주 학생들이 가계를 위해 고사리를 딸 수 있도록 '고사리 방학'까지 있었을 정도니 그 중요성을 짐작할만하다.
이렇듯 제주도민들에게 고사리는 주요 식량이자 별미, 즐길거리이자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고사리의 제철은 4~5월이다. 제주산 고사리는 맛과 품질이 좋아 수입산 고사리에 비해 5배가량 비싸다. 제주산 고사리는 부드러우며 가열했을 때 특유의 향과 식감이 확 살아나는데, 그 풍미가 마치 소고기와 같다. 그래서인지 제주 향토 음식 중엔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고기 지짐 등 고사리와 고기를 같이 사용한 음식이 많다. 고사리를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어도 맛이 아주 좋다.
l 물 건너온 달콤쌉싸름한 손님, 취나물
3월에 애월 인근을 지나면 향긋하면서도 어딘가 약초 같은 풀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함이 뿜어져 나오는 취나물 수확이 한창이다. 남도에서는 주로 7월부터 10월까지 수확 물량이 쏟아지는데, 따뜻한 제주는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다. 특히 11월부터 시작해 4월까지 수확이 주로 이뤄진다.
취나물은 국화과에 속하는 풀 중 먹을 수 있는 나물을 뜻한다. 전국적으로 참취와 곰취를 많이 재배한다. 제주는 독특하게도 울릉도에서 온 손님 '섬쑥부쟁이(부지깽이나물)'을 주로 재배한다. 북쪽의 화산섬에서 온 나물이 남쪽의 화산섬에 완전정착한 케이스다. 바닷바람과 따뜻한 햇살, 비슷한 화산토양이 맞물려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교류도 그다지 없는 울릉도의 취나물이 물 건너 제주도, 그것도 애월의 주력 작물이 된 걸까? 80년대 중반, 울릉도에서 온 한 아가씨가 제주의 어느 집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가씨의 어머니가 딸을 만나러 왔고, 집주인과 농사에 관한 얘기를 나눈 뒤, 울릉도로 돌아가 종자 두어되를 보내왔다. 이 종자가 애월리에 처음 뿌려졌고, 그 맛과 향에 매료돼 점차 퍼져나갔다는 얘기다.
제주산 취나물은 다른 취나물에 비해 쌉쌀한 맛이 조금 덜하지만, 그만큼 단맛이 강하고 고소하다. 특유의 향이 무척이나 진하며 씹을수록 쫄깃하다. 취나물을 재배하는 한 농민은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쌈이나 나물로 먹어야 제 맛"이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냉이, 두릅, 구좌당근, 쑥 등 개성 넘치는 제철채소들이 많지만 지면 상 담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
겨울에 재배해 봄에 수확하는 채소들은 공통적으로 생리활성성분과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가 다른 계절 채소에 비해 풍부하다고 한다. 겨울을 이겨내는 생명력을 그 안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나른해지는 환절기를 맞아, '두쫀쿠'보다 맛있는 봄 채소들로 땅의 기운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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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봄동이 유행하는 것은 단순히 '진짜' 맛있기 때문이다. 제철을 맞은 채소의 맛이 설탕과 밀가루가 주는 즐거움과 견줄 만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강에도 좋아 먹으며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으니 더할 나위 없다. 이렇듯 자신의 계절을 맞아 맛과 영양을 가득 채운 봄철 채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l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봄동
봄동은 겉잎이 속잎을 싸고 있지 않는(비결구) 배추 중 겨울에 심어 봄에 수확하는 것을 지칭한다. 재배시기가 겹치는 얼갈이배추와 흔히 혼동되곤 한다. 겨울에 재배하는 배추를 통틀어 얼갈이배추라고 하기에, 개념상 얼갈이배추가 봄동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일상에선 겨울에 재배하는 반결구배추를 얼갈이배추라고 부른다.
봄동은 정확한 어원이 밝혀져있지 않다. '봄-똥'으로 발음된다는 점에서 봄 들녘에 소똥처럼 자라는 배추라는 설, 겨울(冬)에 재배해 봄에 수확하는 배추라는 두 설이 유력하다. 어느 설에 따르든 봄을 알리는 채소라는 점은 명확하다.
봄동의 제철은 1~3월이다. 봄동은 겨울이 따뜻한 전남 완도, 진도, 해남 등 남도지역에서 주로 재배돼 왔다. 물론 비슷한 기후의 제주 일부 농가에서도 봄동을 재배하고 있는데, 그 맛이 결코 남도지역 봄동에 못지않다.
봄동은 겨울철 추위 속에서 잎이 두꺼워지고 영양소가 많아져 단맛이 강하다. 달달하고 아삭하기에 겉절이로 해 먹기 제격이다. 신선한 봄동은 그 자체로 맛이 풍부해 다양한 양념이 필요하지 않다. 강호동이 먹은 봄동 또한 소금,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만으로 양념을 했다. 여기에 밥만 넣으면 단순하지만 깊은 맛을 내는 봄동비빔밥이 완성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손맛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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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변에서 한 주민이 갓 꺾은 햇고사리를 봄볕과 해풍에 말리는 모습. /사진=한라일보DB |
l 제주를 대표하는 나물, 고사리
"고사리 명당은 가족한테도 안 알려준다"는 말이 있다. 4월 '고사리 장마'가 올 때쯤이면 자신만의 스팟에서 채취한 고사리를 햇볕에 말려두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사리 채취는 그 귀한 고사리를 얻기 위함도 있지만, 고사리를 딸 때 "똑"하는 손맛을 위해 하기도 한다.
과거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고사리는 도민들에게 소중한 먹거리였다. 제주 학생들이 가계를 위해 고사리를 딸 수 있도록 '고사리 방학'까지 있었을 정도니 그 중요성을 짐작할만하다.
이렇듯 제주도민들에게 고사리는 주요 식량이자 별미, 즐길거리이자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고사리의 제철은 4~5월이다. 제주산 고사리는 맛과 품질이 좋아 수입산 고사리에 비해 5배가량 비싸다. 제주산 고사리는 부드러우며 가열했을 때 특유의 향과 식감이 확 살아나는데, 그 풍미가 마치 소고기와 같다. 그래서인지 제주 향토 음식 중엔 고사리 육개장, 고사리 고기 지짐 등 고사리와 고기를 같이 사용한 음식이 많다. 고사리를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어도 맛이 아주 좋다.
l 물 건너온 달콤쌉싸름한 손님, 취나물
3월에 애월 인근을 지나면 향긋하면서도 어딘가 약초 같은 풀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함이 뿜어져 나오는 취나물 수확이 한창이다. 남도에서는 주로 7월부터 10월까지 수확 물량이 쏟아지는데, 따뜻한 제주는 1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다. 특히 11월부터 시작해 4월까지 수확이 주로 이뤄진다.
취나물은 국화과에 속하는 풀 중 먹을 수 있는 나물을 뜻한다. 전국적으로 참취와 곰취를 많이 재배한다. 제주는 독특하게도 울릉도에서 온 손님 '섬쑥부쟁이(부지깽이나물)'을 주로 재배한다. 북쪽의 화산섬에서 온 나물이 남쪽의 화산섬에 완전정착한 케이스다. 바닷바람과 따뜻한 햇살, 비슷한 화산토양이 맞물려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교류도 그다지 없는 울릉도의 취나물이 물 건너 제주도, 그것도 애월의 주력 작물이 된 걸까? 80년대 중반, 울릉도에서 온 한 아가씨가 제주의 어느 집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가씨의 어머니가 딸을 만나러 왔고, 집주인과 농사에 관한 얘기를 나눈 뒤, 울릉도로 돌아가 종자 두어되를 보내왔다. 이 종자가 애월리에 처음 뿌려졌고, 그 맛과 향에 매료돼 점차 퍼져나갔다는 얘기다.
제주산 취나물은 다른 취나물에 비해 쌉쌀한 맛이 조금 덜하지만, 그만큼 단맛이 강하고 고소하다. 특유의 향이 무척이나 진하며 씹을수록 쫄깃하다. 취나물을 재배하는 한 농민은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쌈이나 나물로 먹어야 제 맛"이라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냉이, 두릅, 구좌당근, 쑥 등 개성 넘치는 제철채소들이 많지만 지면 상 담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
겨울에 재배해 봄에 수확하는 채소들은 공통적으로 생리활성성분과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가 다른 계절 채소에 비해 풍부하다고 한다. 겨울을 이겨내는 생명력을 그 안에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나른해지는 환절기를 맞아, '두쫀쿠'보다 맛있는 봄 채소들로 땅의 기운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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