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고장' 제주, 예부터 대표적인 국마 보급지 명성
입력 : 2026. 01. 01(목) 07:00수정 : 2026. 01. 01(목) 07:54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병오년 '붉은 말'의 해, 제주가 품은 말의 역사
농경부터 군사·외교까지 다방면 활용 '제주마'
한라산 기슭 10소장 등서 연 1만~2만 마리 사육
산업화 이후 개체수 줄어… 체계적 혈통 관리
제주마들이 제주축산진흥원 초지에서 뛰놀고 있다. '제주의 제주마'는 지난 1986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됐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말의 섬'이라 불려온 제주에게 병오년은 더욱 특별하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삶 속에는 오랜 세월 '제주마'와 함께 한 시간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초 자원을 갖춰 말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 때문에 고려부터 조선까지 제주는 대표적인 국마 공급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주마의 기원은 약 1만5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서 1만5000~2000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말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제주시 애월읍의 곽지리패총과 한림읍 월령리 한들굴(용암동굴) 등에서는 말의 치아가 발견되기도 했다.

짐을 나르는 제주마. 제주마는 과거 중요한 농경자원으로 쓰였다. 제주축산진흥원 제공
또 제주의 삼성(三姓) 시조신화에서는 망아지, 송아지, 오곡이 언급된 것 등으로 미루어 보아 제주마는 석기시대 말 혹은 청동기 시대 이전부터 서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문헌에서도 '명마(名馬)'로 이름난 제주마에 대한 기록들을 찾을 수 있다. '고려사'에는 고려 문종 27년(1073)에 "제주의 명마를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원 간섭기에는 몽고마와 서아시아의 우량마 등이 제주로 유입됐는데 토종 제주말이 몽고마, 우량마 등과 교잡해 현재의 제주마의 모습을 갖췄다고 전해진다. 이후 고려 말기 100여 년간 제주마는 꾸준히 원·명나라로 공출됐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군사·외교·산업 면에서 말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제주는 국마 생산지로서 매년 마필을 공급했다. 영조 국왕이 제주도를 가리켜 "국마(國馬)의 부고(府庫)"라고 일컬을 정도였다.

제주마는 군마로서도 이름을 떨쳐 태조 이성계가 전장에 나갈 때 탔다는 여덟 마리의 말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또 '헌마공신' 김만일(1550~1632)은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전후 수차례에 걸쳐 수천 필의 말들을 나라에 바쳐 구국한 공을 인정받아 고위 관직을 수여받았다.

안정적인 마필 공급을 위해 세종 12년(1430)에는 한라산 기슭을 10개 구역으로 나눠 말을 관리하는 국영목마장인 10소장 체계가 들어섰다. 10소장은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운영돼 연 1만∼2만여 마리의 마필을 사육했다.

농기계 보급과 운송수단 발달 전까지 제주마는 도민들에게 필수적인 농경자원이었다. 밭갈이와 밭밟기 등 농경생활의 자원으로 쓰였고, 농산물과 사람을 실어나르는 이동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경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줄어들어 1980년대 중반 개체수가 1300여 마리로 감소했다.

이에 제주도는 제주마의 멸종 방지를 위해 제주마 혈통 연구를 실시, '제주의 제주마'가 1986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는 쾌거를 창출했다. 이후 2014년 제주가 말 산업 특구로 지정된 뒤부터는 5년마다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통해 제주마 보존에 힘쓰고 있다. 현재 제주마 등록두수는 6369마리로, 2020년 이후 매년 500~600마리씩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양유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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