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데스크칼럼] 예산심의, 지방채 4820억의 그림자를 명심해야
입력 : 2025. 12. 02(화) 01:00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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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의회가 새해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안에서 640억원이 넘는 예산을 삭감했다.
겉으로는 대폭 삭감처럼 보이지만 이번 계수조정은 단순한 '줄이기'가 아니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덜어내고, 현장의 필요성이 확인된 부분은 되레 늘리는 '선별적 조정'에 가깝다.
환경도시위원회는 버스 준공영제 운영비, 압축도시 기본계획 용역비, 자원순환클러스터 진입도로 예산 등 191억여 원을 감액했고,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사업(RISE)·수소 승용차 보조금·제주~칭다오 항로 보전금 등에서도 150억원가량을 줄였다. 문화관광체육위원회는 관광 블루오션 사업, 바다페스타 등 90개 사업에서는 83억원을 감액했다.
반면 양 행정시의 경로당 개보수, 생활 인프라 개선 등 도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은 증액됐다. 필요성 낮은 예산을 걷어내고 실효성 있는 분야에 재원을 재배분했다는 점에서 조정의 방향성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예산안의 총규모가 아니라, '재정 구조'다.
새해 예산안은 7조7875억원으로 역대 최대지만, 이 중 4820억원이 지방채다. 지방채는 단기적 투자에는 도움이 되지만, 누적될수록 미래세대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고령화 가속, 인구 정체, 사회기반시설(SOC) 유지·보수 비용 증가, 기후위기 대응 지출 확대 등 제주가 직면한 구조적 지출은 이미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단순한 예산 확장보다 더 큰 위협은 이러한 '지속적 고정 비용'의 급증이다. 지방채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재정 여력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제 공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중요한 것은 예산을 어떤 기준으로 다시 판단하느냐다. 삭감은 지방의회의 권한이지만, 증액은 지자체장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결국 도의회와 도정이 어떤 재정 철학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내년 재정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재정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원칙을 우선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현재 제주 재정은 성과 평가 부실, 지출 구조 경직화, 지방채 증가, 기후·인구 변화로 인한 재정 수요 확대라는 네 가지 위기에 놓여 있다. 이를 손대지 않는다면 제주도 재정은 보다 깊고 장기적인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예산 항목 일부를 고치는 조정이 아니라, 재정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수술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기후위기 시대의 투자 우선순위 재정립, 고령사회·인구 정체에 대응한 지출 구조 개편, 지방채 관리 원칙의 명확한 설정. 이 네 가지 원칙이 예산 심사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는 단지 내년 예산을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제주 재정이 앞으로 10년, 나아가 20년을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하는 미래 설계의 시험대다. <고대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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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대폭 삭감처럼 보이지만 이번 계수조정은 단순한 '줄이기'가 아니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덜어내고, 현장의 필요성이 확인된 부분은 되레 늘리는 '선별적 조정'에 가깝다.
반면 양 행정시의 경로당 개보수, 생활 인프라 개선 등 도민 체감도가 높은 사업은 증액됐다. 필요성 낮은 예산을 걷어내고 실효성 있는 분야에 재원을 재배분했다는 점에서 조정의 방향성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예산안의 총규모가 아니라, '재정 구조'다.
새해 예산안은 7조7875억원으로 역대 최대지만, 이 중 4820억원이 지방채다. 지방채는 단기적 투자에는 도움이 되지만, 누적될수록 미래세대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고령화 가속, 인구 정체, 사회기반시설(SOC) 유지·보수 비용 증가, 기후위기 대응 지출 확대 등 제주가 직면한 구조적 지출은 이미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단순한 예산 확장보다 더 큰 위협은 이러한 '지속적 고정 비용'의 급증이다. 지방채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재정 여력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제 공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갔다. 중요한 것은 예산을 어떤 기준으로 다시 판단하느냐다. 삭감은 지방의회의 권한이지만, 증액은 지자체장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결국 도의회와 도정이 어떤 재정 철학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내년 재정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재정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원칙을 우선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현재 제주 재정은 성과 평가 부실, 지출 구조 경직화, 지방채 증가, 기후·인구 변화로 인한 재정 수요 확대라는 네 가지 위기에 놓여 있다. 이를 손대지 않는다면 제주도 재정은 보다 깊고 장기적인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예산 항목 일부를 고치는 조정이 아니라, 재정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수술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 기후위기 시대의 투자 우선순위 재정립, 고령사회·인구 정체에 대응한 지출 구조 개편, 지방채 관리 원칙의 명확한 설정. 이 네 가지 원칙이 예산 심사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는 단지 내년 예산을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제주 재정이 앞으로 10년, 나아가 20년을 버틸 수 있는지 가늠하는 미래 설계의 시험대다. <고대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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