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담은 4·3의 기억… 김영화 '검은 그믓' 전
입력 : 2025. 08. 01(금) 22:02수정 : 2025. 08. 01(금) 22:11
박소정기자 cosorong@ihalla.com
18일까지 제주갤러리
대형 펜화 등 30여점
김영화의 '그 겨울로부터'
[한라일보] 오로지 '선' 만으로 풍경을 담는다. 수많은 흑색의 선과 여백으로 이뤄진 고요하고 무게를 품은 그 풍경은 어떠한 기억을 잇는다.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에 대한 기억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인사동 인사이트센터에 있는 제주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영화 작가의 개인전 '검은 그믓: 선이 이은 기억'에서는 펜화로 4·3의 서사를 꺼낸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가 마련한 2025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 작가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4·3을 소재로 한 대형 펜화 작품 등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직접 발로 걸어 닿은 현장들로만 그림을 그려왔다. 지난 10년간 캔버스 위에 작은 붓펜으로만 그 모습을 담아왔다. 밑그림 없이 자유로운 선으로 시작된 그림은 숲이 되고, 밭이 되고, 잃어버린 마을이 됐다. 작가의 펜화에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라진 마을의 나무와 풀, 꽃 한 송이까지도 정성스레 담았다.

작가가 그린 작품 중에서도 '그 겨울로부터'는 대작이다. 약 가로 17m, 세로 3m의 15폭이나 되는 대형 작품이다. 완성까지 6개월이 걸린 이 작품은 4·3 당시 이덕구 산전으로 불리는 '북받친밭'의 겨울부터 6월까지의 풍경을 오롯이 담았다. 또 다른 대형작인 '그들의 숲-잃어버린 마을 종남밭'은 하루 20시간씩 그리기를 반복하며 완성된 작품이다.

정현미 제주갤러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의 풍경'으로서 4·3을 사유하게 만든다"며 "작가의 시선은 과거로 멈추지 않고 현재를 관통하며 미래로 나아간다"고 전했다.

전시는 이달 18일까지 이어진다. 이달 15일 오후 2시에는 작가가 직접 전시를 해설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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