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철의 월요논단] 누리호가 모슬포에서 고흥으로 간 까닭은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입력 : 2021. 10. 25(월) 00:00
지난 21일 발사한 누리호에 대한 칭찬과 감격이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마지막 단계가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눈만 뜨면 싸움하는 여야까지도 동시에 손뼉 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알고 있는 제주도민은 그 모습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계획대로였으면 저 인공위성은 모슬포에서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약 20여 년 전에 과학기술부는 인공위성의 발사기지(이하 우주센터)를 제주도 모슬포로 정했다. 경상남도 등 여러 지역이 행정과 정치력을 총동원해 자신의 지역으로 우주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과학기술부는 우주센터 건설을 전국에서 세력이 가장 약한 제주도 모슬포로 끝까지 고집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최상의 인공위성 발사 각도가 모슬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 고위인사를 비롯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우주센터 건설 부지인 모슬포를 수시로 방문했다. 그러던 중에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 나타났다. 우주센터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제주도가 당연히 환영하고 적극적 협력을 해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정반대로 적극 반대 의사를 제시하자 아연실색했다. 제주 도정이 반대하니 주민들도 연달아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정부와 우주과학 전문가들은 제주도와 모슬포 주민들을 과학적 근거로 설득에 설득했다. 저자도 이 대열에 참여했다가 집 전화가 반대자의 목소리에 불통이 되고 전화선을 뽑아야 했다. 결과는 제주도지사가 담당국장을 과학기술부에 직접 보내서 우주센터 건설 반대 공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모슬포 우주센터는 고흥으로 간 것이다. 반대 이유는 가지가지다. 인공위성 발사 실패 시 모슬포 앞바다가 불바다 된다는 주장, 전쟁 일어나면 우주센터가 제일 먼저 공격당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심지어 모슬포 지축이 틀어진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고의 과학자들이 그렇지 않다는 근거를 제시했지만, 아마추어 정치와 행정에 무참히 밀려났다.

당시 제주 도정과 대정 일부 주민들이 외국 자본과 합동으로 관광단지를 개발하겠다고 한 송악산 주변은 예전 그대로 밭이고, 들인 대신에, 대정지역 학생을 비롯한 제주도 학생과 청년들의 꿈의 배움터와 직장이 우리의 무지와 편견으로 날려 보냈다. 제주 도정과 일부 주민의 설익은 목소리가 최고의 과학자 영역인 우주센터를 무산시킨 것이다. 우주과학에 대한 무뢰한이 우주 전문가를 이긴 결과는 모슬포에서 쏘아 올리는 누리호를 환호 지르면서 보는 대신, 텔레비전을 통해서 고흥의 우주센터 발사 장면을 보고 있다. 생각 없이 권력과 다수의 힘에서 저지른 이와 같은 엄청난 그 죄와 잘못을 후세의 젊은이와 청소년에게 보상할 방법은 영원히 없다. 있다고 한다면 더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뿐이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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