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강명희 소설집 '65세'
입력 : 2021. 03. 05(금) 00:00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긴 하루 건너는 그들을 위한 노래들
한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강명희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 '65세'를 묶었다.
한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버림받았다 여기는 인물들

고통과 연대 환기하는 9편

"저에게 소설가라는 이름을 붙여준 한라일보에게 드립니다." 작가는 맨 앞장에 그런 글귀를 써서 창작집을 신문사로 보내왔다.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2003년 한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발을 디딘 강명희 작가다. 빛나던 서른의 한때 제주에서 살았다는 그는 당시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대책 없는 내 연인은 결국 이렇게 다시 찾아왔다"는 당선 소감을 전한 일이 있다. 신춘문예라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10년의 준비 끝에 2013년 첫 소설집을 냈고 2015년 두 번째 소설을 발표했다.

이번엔 6년 만에 세 번째 소설집 '65세'를 묶었다. 현재 경기도 화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강 작가는 표제작 등 9편의 단편 대부분을 그곳에서 썼다. 농촌살이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작품은 없지만 그는 "모든 65세에게" 바친다는 소설들을 두고 "시골에서 인생을 관조하며 자연과 생명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결핍의 상황에 놓여 있다. 살아있어도 사는 것이 아닌 이들은 안전망이 갖춰졌다고 믿는 사회 안에서 특이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과거이거나 미래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고통과 더불어 연대를 환기시킨다.

'첫추위'에는 사랑과 이별을 겪는 중장비 기사가 나온다. '65세'엔 할머니, 아버지의 삶을 떠올리며 노년을 시작하는 '나'가 있다. '아픈 손가락'은 농가 주택에 딸린 조립식 방에 기거하는 구두 수선공을 그렸다. '긴 하루'에서는 천륜을 어기고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을 안고 사는 아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 생은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이지만 뚝심으로, 담담함으로, 어떤 이는 뒤늦은 깨달음으로 세상을 건너는 법을 알아 간다.

'목련꽃 필 무렵' 속 코로나19 사망자의 사연처럼 때로 현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소설은 그 너머의 진실에 가닿으려는 끝없는 몸부림인지 모른다. '지난 여름날의 판타지'에서 주인공이 "이 여름에 만난 두 여자"를 통해 소설 작업이 헛되지 않은 것임을 느꼈듯, 작가는 또 한 번 "진정성"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서려 했다. 도화.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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