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코로나 시대의 사랑, #SaveOurCinema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입력 : 2020. 05. 29(금) 00:00
독립영화 벌새 포스터.
반 년 가까이 전세계 인류를 패닉에 빠뜨리게 만든 바이러스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평범하게 굴러가던 모두의 일상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사람들의 얼굴을 가린 마스크는 서로의 미소를 보는 일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등교와 등원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놀이터에서도 잘 보이지 않고 비행기는 떠나지 못하고 활주로에 머무르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안전 지대는 없고 매일 밤 뉴스를 보는 일은 고역인 시대에서 즐거움을 논하는 게 가당치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이지 먹고 사는 일과 바이러스를 피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리자 문화생활은 모두에게 사치 이상의 위험이 되어버렸다. 고대하던 뮤지션의 공연을 한 날, 한 자리에 모여 열광하며 보던 콘서트는 클래식과 아이돌을 막론하고 모두 취소되어 버렸고 일 년에 천만 영화를 몇 편 씩이나 만들어 낼 정도로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이 일상이던 것도 다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올 상반기 극장가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시작한 이후 최저 관객을 기록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극장이 텅텅 비어 버리자 개봉을 앞둔 작품들은 일제히 개봉을 뒤로 미뤘고 멀티플렉스들은 궁여지책으로 재개봉 영화에 개봉관을 내주고 있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무브먼트 대표
당분간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은 극장 침체기에서 독립예술영화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직격탄을 맞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규모의 극장들은 티켓 판매금이 수익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상반기 내내 작은 영화관들은 극장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걱정이 가득 찼을 것이다. 상영관 임대료를 내는 일 조차 버거웠을 극장들은 일정 기간 문을 닫기도 했다. 개인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유지하면 극장만큼 안전한 곳도 없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낯선 이와 두어 시간을 함께 보내야한다는 공포가 그 많던 관객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건 얼마전 부터 SNS를 통해 독립예술영화관을 응원하는 캠페인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SaveOurCinema 라는 이 캠페인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상대방에게 소개하고 싶은 독립예술영화 세 편의 이미지와 위의 저 문구를 넣은 게시물을 자신의 계정에 포스팅 하고 이를 이어갈 세 명을 지목하는 것이다. 김혜수, 엄정화, 천우희, 이제훈 등 유명 배우들의 참여로 더 활발해진 캠페인은 지난 해 '기생충'과 함께 한국영화 최대의 수확으로 꼽히는 '벌새'를 비롯 무수히 많은 독립예술영화들의 이름과 기억을 호명하고 있다.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의 초기작이자 최근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를 통해 발표한 윤성현 감독의 데뷔작 '파수꾼'을 비롯, 천우희의 놀라운 연기로 화제가 된 바 있는 '한공주', 특유의 정서와 아름다운 영상미로 사랑받았던 '한여름의 판타지아' 등 한국독립영화사에 수작으로 기록된 작품들이 다시금 관객들의 좋았던 한 때의 좋았던 영화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 작은 움직임이 금세 극장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이 다시 돌아올 것임을 믿고 기다리자는 연대의 마음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다시 우리 극장에서 만납시다'라는 편지는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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