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 (190)성산읍 고성리 ‘화전민촌’
손맛 ‘짜릿’ 회맛 ‘쫄깃’… 벵에돔에 취하다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입력 : 2020. 01. 31(금) 00:00
주인장 직접 낚아 한상차림
얼큰한 매운탕에 땀이 뻘뻘



과거 제주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는 이유로 벵에돔을 잡어 취급해 낚으면 곧장 바다로 돌려보내거나 먹어도 회가 아니라 구워서 먹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감성돔이나 참돔을 제치고 벵에돔을 '으뜸'으로 쳐준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벵에돔의 지위가 크게 바뀌었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손맛'과 '기름지면서도 쫄깃한 맛'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귀한 생선으로 대접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잡힌다는 '희귀성'도 그 명성을 더해주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003-3번지에 있는 '화전민촌'을 찾았다. 낚시로 잡은 신선한 벵에돔을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저녁 무렵 친구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봤더니 과연 낚시꾼이 하는 집 다웠다. 곳곳에서 낚시용품을 확인할 수 있었고, 주인장도 TV로 낚시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작은 게 3만원, 큰 게 5만원이었다. 다른 곳보다 많게는 1/2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5만원짜리를 주문하자, 분홍빛이 감도는 벵에돔회가 접시에 가득 담긴 채 상으로 올라왔다. 이 때다 싶어 주인장에게 가격이 저렴한 이유를 물었다.

"어디서 사온게 아니라, 직접 낚시로 잡은 거라 저렴한 거예요. 4짜(40㎝) 이상 큰 벵에돔을 먹으려면 5월에서 11월 사이에 오면 돼요. 그때는 덩치가 큰 벵에돔도 갯바위나 방파제 등 해안까지 올라오기 때문인데, 당연히 가격은 지금보다 비싸요."

벵에돔 회를 먹은 뒤 나온 얼큰한 매운탕.
벵에돔은 통상 회를 써는 방식인 '평썰기'가 아니라 '어슷썰기'로 나왔다. 40㎝ 이하 벵에돔은 평썰기보다 어슷썰기가 제 맛을 낸다는 주인장의 설명인데, 양이 상당히 푸짐해보였다.

회에서는 약간 풀냄새가 났지만, 미리 숙성을 해놓은 터라 쫄깃한 맛이 느껴졌다. 회와 함께 마신 소주 몇 잔에 조금씩 취기가 올라왔다. 친구는 이어서 나온 매운탕을 먹으며 땀을 뻘뻘 흘렸다.

다시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요새 벵에돔 많이 잡혀요?"

"꾸준히 나와요. 벵에돔이 쿠로시오 난류를 타는 어종이라 일본이랑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많이 잡혀요. 성격이 고약해서 미끼를 물면 무작정 바다 깊숙히 들어가는 습성이 있는데, 이게 낚시꾼한테는 최고의 손맛을 제공해요."

한 겨울인데도 날씨가 포근해 동네를 걸었다.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이 보였고, 설날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동창회를 하는지 왁자지껄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변에 심어진 목련도 따뜻한 날씨에 벌써부터 꽃망울이 가득 맺혔다.

화전민촌은 회 말고도 제주흑돼지 1㎏ 5만5000원, 매운탕·지리 2만5000원(회 주문시 1만원), 김치·해물전 1만5000원 등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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