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나무는 하루아침에 열매를 맺지 않는다
입력 : 2014. 09. 18(목) 00:00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내 한 뼘인 옆구리 한 자락을 적시면서 가을을 울컥하게 몰고 왔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달리 길어졌던 비날씨를 뿌리치고 청명한 가을아침이 성큼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사가 늘 그러할 것이다. "만약 내일 나에게 죽음이라는 사건이 발생할 것을 알았다면 나는 이러했을 것이다"라고 사후 아픔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만약'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현자는 "나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기까지는 300여 가지의 조짐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알아채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게 우리 보통사람들의 삶이 아닐까 싶다.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내고 미래의 문을 열어 나가는 공동체는 가치를 형성시키고, 그 가치를 기준으로 삶의 공간을 창출하는 노력 역시 우리 한 개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경쟁사회 속에서 공동체의 리더에게 주어진 책무 안에는 미래예측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 중엽말기에 족적을 크게 남겼던 정약용선생은 '목민심서'라는 책자를 쓰면서 시공을 초월해서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는 청렴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셨다. 그러나 그것이 잘 지켜지지 못해서 우리는 외세에 짓밟히기도 했고 전쟁이라는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 발생한 세월호사고 역시 근본원인이 여기에 기인하고 있었다.

안목을 좁혀 우리 제주사회를 본다면, 분명한 것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면서 지금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하며, 진정성을 배경으로 얼마나 투명하고 청렴하게 탑을 쌓을 것이냐 하는 화두가 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경제라는 나무는 당장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몇 년 후에 열매를 맺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산업화과정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다.

대형 철강산업, 화학석유산업 등을 중심으로 핵심 기둥을 세웠고, 산업화 정책의 방향을 세운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존재하게 했음이다.

지금은 미래 영성의 시대를 위해서 어떤 나무의 씨앗을 뿌려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렴이라는 걸음을 얼마나 골고루 잘 주었느냐 하는 것이 시공을 단축하는 영양분이 될 수 있다.

눈을 감고 미래를 상상해 보자.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살기 위해서 찾아오고 있다. 제주가 웰빙을 추구하는 부유한 사람들의 쾌적한 안식처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문화예술인들이 작품과 명상을 위해 올 수도 있다.

미래는 현지 경영시대가 아닌 영상 경영시대이기에 아름다운 제주는 주거지로 삼고, 공장은 아프리카나 중국대륙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꿈같은 미래는 머지않아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도시국가를 성공한 사람들이 그리워 할 정원국가, 생태국가 개념이 제주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돈이고 행복이며 미래 경쟁력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세계시장의 흐름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는 답을 해본다. 그리고 지구촌을 아우르는 의식도 함께 밝아져야 할 것이다.

미래가 우리에게 오려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는 아침이 되어야 하겠기에… 화단 앞 나무를 보면서 단상에 젖어보는 것이다. <고경실 제주도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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