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곶자왈, 보존에서 지속가능한 활용으로
입력 : 2014. 07. 10(목) 00:00
수만 마리의 코끼리와 버펄로 떼가 몰려드는 장관, 야생의 역동성 그 자체이다. 이러한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남아프리카 보츠와나 습지대인 오카방고 삼각주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고 인류가 영원히 보존해야할 유산을 선정 발표한다. 올 해는 38번째로 지난 6월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29개의 세계유산이 새롭게 등재되었는데 그 중 자연유산은 오카방고 삼각주를 비롯하여 덴마크의 스티븐 클린트, 인도의 히말라야국립공원, 필리핀의 헤미기탄산맥 야생보호구역 등 4곳이다. 이번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남한산성을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다. 등재를 성공시킨 모든 나라에게 축하를 보낸다.

우리 제주도의 경우는 이미 2007년에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는데 성공했다. 전 제주도민이 합심한 결과이다. 1999년 5월 한라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시작으로 등재에 8년에 가까운 험난한 여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그 외에도 이미 2002년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한라산국립공원 영천·효돈천 천연보호구역, 그리고 섶섬, 문섬·범섬 천연보호구역을 핵심지역으로 하고 있는데, 무려 831평방킬로미터에 달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면적의 약 45%에 이르는 넓이다.

언뜻 보면 대단히 넓은 지역이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고, 뭔지 모르지만 주민의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것 같은 느낌도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보전을 지속가능한 이용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을 브랜드화 하여 지역 생산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하여 선정한 품목을 보면 표고버섯과 고사리, 제주조릿대를 활용한 제품, 녹차 관련 제품 등으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 지정구역 내에서 생산하고, 친환경으로 재배하거나 합법적으로 채취한 천연자원 등으로 만든 제품들이다.

지난 2012년 9월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5개의 제주형 의제가 채택되었다. 그 중의 하나로 '제주도 용암숲 곶자왈의 보전과 활용을 위한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곶자왈의 높은 생물다양성, 지질다양성, 전통지식을 포함한 토착민의 문화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IUCN의 이념에 부합하고, 토착민의 지속가능한 곶자왈 이용형태는 인간과 생물의 공동번영을 이념으로 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의 정신과 부합하므로 이를 위한 곶자왈을 활용한 자연자산 보전프로그램을 지원할 것과 곶자왈과 연계된 지역의 삶이 모습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곶자왈이 생물권보전지역에서 빠진 것은 문제다. 곶자왈의 보존을 위한 환경운동의 시대, 세계자연유산을 포함한 여러 가지 국제보호지역 지정의 시대를 거쳐 온 연장선에서 다음의 시대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곶자왈도 이제는 보존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연계한 새로운 세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IUCN이 요청하는 바처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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