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숲에서 부는 바람이 전하는 이야기
입력 : 2014. 06. 26(목) 00:00
숲이 좋다는 것은 매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숲에서 걷거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여러 질병의 치유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국내·외의 의학 논문들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고혈압 환자를 일주일간 숲에서 걷도록 한 뒤 검사를 하니 혈압이 낮아지고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연관 물질이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고, 영국에서는 숲을 걷는 활동이 우울증과 여러 정신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제시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연구진은 유방암 치료에 숲에서의 체조와 걷기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12년 1월에 에 필자가 게재한 논문에서도 숲 걷기가 실내 체육관 걷기보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우울, 불안은 더욱 감소시키고, 행복감은 더 많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런 치유 효과는 운동하듯 빨리 걸을 때보다 숲을 느끼며 천천히 걸을 때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숲이 가진 치유 효과에 대해서는 피톤치드가 좋다거나, 음이온이 좋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물론 이런 물질들도 건강에 약간의 도움이 된다.

그러면 숲에 가지 않고 집에 피톤치드 향을 피워놓거나 음이온이 나오는 벽지를 발라놓으면 건강하고 행복해질까? 물론 그렇지 않다. 숲은 각종 나무와 풀, 그 밖의 여러 동·식물, 흙, 물, 햇빛, 바람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공간으로 이 중 한가지 요인만을 떼어내면 그 치유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숲의 치유효과는 숲 전체로부터 오는 것이며 동시에 숲의 정신을 받아들일 때 더욱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아쉽지만 제주도 점차 도시화되어 가고 있다. 자연 환경이 도시화되어 갈 뿐 아니라 도시에서의 경쟁적 삶의 방식이 제주에도 일반화되고 있다.

어린 아이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배우고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경쟁은 아이가 커 갈수록 더해지고, 학교를 졸업해도 끝나지 않는다.

태어나서 생각이란 걸 좀 하게 되는 나이부터는 바쁘게 경쟁하며 살아갈 것을 요구 받는 참으로 비정한 세상이다.

이제까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은 늘 부족한 자원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살아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경쟁 없는 공평하고 평화로운 세상이란 종교에서의 천국이나 열반, 아니면 동화 책 속에 존재하지 현실의 인간 세상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더욱이 현대 사회는 대중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TV와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엿보게 하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도록 부추긴다. 이러다 보니 우리들 대부분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느라 지치고 가난한 삶을 살아간다.

이런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숲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생에는 멈추고 비워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주 흔한 말이지만 사실 이렇게 살기란 쉽지 않다.

알면서도 멈추고 비우면서 살 수만은 없는 것이 또 우리네 삶의 현실이다. 멈추고 비웠다가도 살다 보면 다시 불안해지고 무언가를 채우려 바쁘게 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숲이 필요하다. 숲은 우리를 멈추고 돌아보게 한다. 숲에서 부는 바람이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느냐고. <신윤경 봄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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