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당신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어도
입력 : 2014. 06. 19(목) 00:00
석 달 전 군산에서는 이틀간 외박했다가 돌아온 중학생 딸이 성폭행 당했다는 말에 분개해 아버지가 용의자인 10대 청소년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성폭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후 수사와 그에 따른 절차가 진행되었겠지만, 당시 이 아버지가 처벌을 받아야 되는지, 피해자 스스로의 자력구제가 허용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사건이 크게 문제되었던 것은 개인의 자력구제가 허용되는가 외에 성범죄를 포함한 흉악범을 어느 정도로 처벌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인면수심의 범죄가 많이 발생하였고 이런 범죄자들을 어느 정도로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 사람들마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형벌의 역사를 보면 아주 오래전에는 개인에게 보복을 맡겨두어 무제한 복수가 허용됐다.

하지만 탈리오의 법칙 즉 동해보복(同害報復)의 정도까지 이를 제한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 보복을 국가에 위임하여 공적인 절차를 통해 처벌을 하게 되었는데, 형벌도 문명의 진보와 궤를 같이 하면서 오랫동안 야만을 벗어나 조금씩 합리적으로 발전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흉악범에 대한 처벌 문제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당신 가족이 그런 일을 당해도 참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다. 이 글을 쓴 필자에게도 딸 셋을 포함해 자녀가 네 명이 있는데,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였다면 비록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죽이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할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분노에 가득 찬 가족에게는 열배, 백배로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악범 처벌의 문제에 있어서는 사회 발전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어떻게 합리적이고 적절한 형벌을 찾아 이를 집행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 "당신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이라는 가설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얘기한 군산 사건 당시에도 여중생의 아버지에 대해 정당방위, 무죄 등을 언급하며 그 심정을 이해하고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많았었다.

어찌 보면 이런 반응은 흉악 범죄에 대한 일부 관대한 처벌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 등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으며, 피해자의 인권보다는 범죄자의 인권이 더 중시되는 사회 풍조의 탓일 수도 있다. 개인적인 보복감정 그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자력구제', '보복범죄'도 엄연한 범죄일 수밖에 없다.

온 국민에게 참담함을 안겨주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첫 재판이 법정에서 진행되었을 때 사건 관련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고 하나의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어느 유족의 인터뷰를 듣게 되었다.

어떤 형벌도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형벌을 정해 재판을 거쳐 이를 집행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처벌을 찾는 우리 사회의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고영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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