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반성과 성찰의 투표
입력 : 2014. 05. 29(목) 00:00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은 이제 슬픔만으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로 채 꽃도 펴보지도 못한 청춘들과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어찌해야 할지 암담합니다. 언론을 통해 하나 하나 밝혀지는 자본과 권력의 탐욕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전국적으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노란리본의 물결은 이제 아픔과 슬픔을 넘어서 분노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도 주말 저녁, 평소 같으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족과 청소년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행동 하겠습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탐욕을 걷어내기 위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해경을 해체하고 무슨 무슨 이름을 단 행정조직을 개편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준엄한 자기성찰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그 성패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정치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권은 모두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언론용' 반성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에 대해 정치권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의 무기력함에 이어 국회까지 책임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회에서 정치권을 대상으로 항의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가족대책위는 "우리 가족들은 진도 체육관, 팽목항에서 청와대까지 그리고 국회까지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호소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세월호의 선장이나 일등 항해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진도에서 이미 국가가 우리를 버린 것과 같은 실망감을 느낀 가족들"이라며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가족들은 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의 눈물조차 닦아드리지 못하는 정치권은 깊이 반성하고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단 한사람도 구하지 못하는 정권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한국사회의 변화가 필요합니다.'관피아'로 상징되는 한국사회문화를 뿌리부터 바꿔야 합니다.

관행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행정 중심의 반성과 성찰이 아닌 근본적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와 제주의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때입니다. 플라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 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가 잘못이라면 정치를 바꾸기 위한 실천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6일 뒤에 실시되는 6·4 지방선거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슬픔은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슬픔을 넘어선 분노는 의지의 문제입니다.

국민의 눈물조차 닦아주지 못하는 정치권과 암담한 한국사회를 제대로 바꾸게 하는 힘은, 바로 우리에게 있음을 '세월호' 참사를 통해 절대 잊지말아야 할 것입니다. <박주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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