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한라산의 기적
입력 : 2014. 03. 06(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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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취업컨설팅 업무로 온지 1년이 되면서 이제 내 입에서 육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제주도 사람이 많이 되었나보다.
여행 차 간간이 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장기간 체류하기는 처음이다. 1년 동안 관광객이 아닌 거주인으로 살면서 내가 느낀 제주는 피상적으로 봤던 제주와는 사뭇 달랐다. 처음에 충격으로 와 닿았던 것이 4·3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희미하게나마 한국사 시간에 들은 것 같은 그 역사적 경험들이 제주인들의 가슴속에 깊은 생체기가 되어서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에 놀랐다.
처음에 내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컨설팅을 하는데, 날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자식이 육지에 취업을 하러 육지에 갈려고 하면 부모님이 못가도록 잡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경험한 육지의 부모들은 자식이 취업이 안돼 고향에서 돌아다니면 골치덩이로 생각하고, 얼른 취업해서 나가라고 들들 볶아댄다. 그런데 제주도 부모님들은 자식을 잡는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지인으로부터 4·3사건 때 제주도 인구의 20분의 1인 1만4000명이 사망한 사실을 전해 듣고 이런 엄청난 슬픈 사건이 왜 육지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를까 의하해졌고, 부모님들이 피붙이가 그리워서 자꾸 잡으려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오래되지 않는 역사적 사건의 경험들이 취업을 떠나는 자식을 잡도록 만든 것이란 추론을 해본다. 이런 슬픈 경험을 한 제주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되는 말 한마디 해주고 싶다.
상담을 할 때는 내담자를 이해할 때 단편적인 부분만 보지 말고 맥락적 관점에서 보라고 한다. 취업을 떠나는 자식 발길을 잡는 부모가 이상할리도 있겠지만, 이분들이 겪어온 경험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부분이다.
슬픈 제주에 대해서 내 생각을 굳히게 하는 경험을 한 곳이 김영갑 갤러리이다. 아름다운 풍광에 미쳐서 사진에 미친 사진작가 김영갑, 그의 제주에 대한 사랑은 여자에 대한 사랑 그 이상이었다. 그의 렌즈를 통해서 보는 사진 속에는 슬픈 삶의 모습들, 척박한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다, 오름, 구름, 하늘, 이 모든 자연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건만, 이 자연 속에서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버거워보였다.
김영갑 작가가 쓴 마라도에 대한 사진과 글을 보면서, 내게 오버랩되는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제주대학교 박물관에서 본, 돌밭을 가는 농부사진이다. 이 농부가 입고 있는 옷은 거의 다 헤어지고, 땀에 쩔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앙상한 몸매는 그의 가난한 생활을 엿보게 했다. 밭을 가는 쟁기는 돌이 많은 자갈 탓에 금새 부러질 듯이 위태위태 보였다.
이런 슬픈 과거 제주도 모습을 현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상상도 안된다. 한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룬 것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한다. 슬픈 역사 속에서도,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밭을 개간해서 귤밭을 만들고, 제주도를 한국 최고의 관광지로 만든 악착같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런 제주를 한라산의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유동형 취업컨설턴트>
여행 차 간간이 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장기간 체류하기는 처음이다. 1년 동안 관광객이 아닌 거주인으로 살면서 내가 느낀 제주는 피상적으로 봤던 제주와는 사뭇 달랐다. 처음에 충격으로 와 닿았던 것이 4·3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희미하게나마 한국사 시간에 들은 것 같은 그 역사적 경험들이 제주인들의 가슴속에 깊은 생체기가 되어서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경험한 육지의 부모들은 자식이 취업이 안돼 고향에서 돌아다니면 골치덩이로 생각하고, 얼른 취업해서 나가라고 들들 볶아댄다. 그런데 제주도 부모님들은 자식을 잡는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지인으로부터 4·3사건 때 제주도 인구의 20분의 1인 1만4000명이 사망한 사실을 전해 듣고 이런 엄청난 슬픈 사건이 왜 육지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를까 의하해졌고, 부모님들이 피붙이가 그리워서 자꾸 잡으려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오래되지 않는 역사적 사건의 경험들이 취업을 떠나는 자식을 잡도록 만든 것이란 추론을 해본다. 이런 슬픈 경험을 한 제주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되는 말 한마디 해주고 싶다.
상담을 할 때는 내담자를 이해할 때 단편적인 부분만 보지 말고 맥락적 관점에서 보라고 한다. 취업을 떠나는 자식 발길을 잡는 부모가 이상할리도 있겠지만, 이분들이 겪어온 경험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부분이다.
슬픈 제주에 대해서 내 생각을 굳히게 하는 경험을 한 곳이 김영갑 갤러리이다. 아름다운 풍광에 미쳐서 사진에 미친 사진작가 김영갑, 그의 제주에 대한 사랑은 여자에 대한 사랑 그 이상이었다. 그의 렌즈를 통해서 보는 사진 속에는 슬픈 삶의 모습들, 척박한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다, 오름, 구름, 하늘, 이 모든 자연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건만, 이 자연 속에서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버거워보였다.
김영갑 작가가 쓴 마라도에 대한 사진과 글을 보면서, 내게 오버랩되는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제주대학교 박물관에서 본, 돌밭을 가는 농부사진이다. 이 농부가 입고 있는 옷은 거의 다 헤어지고, 땀에 쩔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앙상한 몸매는 그의 가난한 생활을 엿보게 했다. 밭을 가는 쟁기는 돌이 많은 자갈 탓에 금새 부러질 듯이 위태위태 보였다.
이런 슬픈 과거 제주도 모습을 현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상상도 안된다. 한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룬 것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한다. 슬픈 역사 속에서도,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밭을 개간해서 귤밭을 만들고, 제주도를 한국 최고의 관광지로 만든 악착같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런 제주를 한라산의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유동형 취업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