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신년계획 안녕들 하십니까?
입력 : 2014. 02. 06(목) 00:00
해마다 연초가 되면 누구나 신년계획을 세우지만 작심삼일을 경험하게 된다. 금연, 금주, 다이어트, 자격증 취득, 외국어 공부 등의 단골 메뉴에서부터 인생의 좌표를 재설계하는 거대한 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결심들을 하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유야무야되고 만다.

필자 역시 해마다 새로운 다짐들을 해 보았지만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올해도 중국어를 공부하려 회화 책을 구입했지만 1주일 만에 잊혀져버렸고, 뱃살을 줄이겠다며 구입했던 헬스클럽 회원증도 며칠 만에 서랍 속에서 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담배를 끊겠어'라고 거창하게 선언식까지 했던 친구도 어느새 구호를 잊어버린 것 같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변명으로 연초의 다짐들은 벌써 물거품이 된 것이다. 전형적인 작심삼일에 머물고 만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5%가 연초계획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처럼 새해계획들은 잘 지켜지지 못할까? 의지가 부족해서, 게을러서, 시간부족으로 신년 다짐을 못 지키고 있을까? 왜 우리는 작심삼일에 얽매여서 의지력 부족을 탓하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을까?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작심삼일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인지능력 한계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의 뇌는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새해 결심처럼 의미 있고, 복잡한 정보들은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고 했다. 또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부신 피질의 방어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의 작용시간이 3일이기 때문에 작심삼일 증상은 지극히 정상적인 뇌의 반응이라고도 한다. 즉, 작심삼일은 동·서양을 막론한 인류 공통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하기에 다소나마 위안 삼을 수가 있다.

그렇지만 생각을 바꾸어 보자. 차라리 작심삼일을 즐겨보자. 삼일밖에 못 간다고 겁먹고 포기해버릴 것이 아니라 삼일마다 결심을 다시 하는 것이다. 금연 계획을 몇 차례 실패했던 필자도 사흘째 마다 금연 다짐을 새롭게 하는 작심삼일을 지속해 이제는 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렇듯 작심삼일을 120번 반복하면 1년이 될 것이고, 그 때쯤은 습관화돼 최초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가 있게 된다. 야구선수 박찬호도 작심삼일을 잘 활용해 힘든 훈련을 이겨냈다고 한다. 그는 한 대학교 특강에서 "저는 작심삼일과 라이벌이었어요. 못해도 삼일은 견뎌냈죠. 그러다보니 그 날짜는 늘었고 마침내 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한번 되새겨 볼 말이다.

신년계획이 흔들렸다면 다시금 내가 왜 이 계획을 세웠는지 의도와 목적을 되새기고 삼일씩이라도 다시 실천해 볼 때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책상 앞에 써 붙였던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라)'이란 글귀처럼 하루하루 새롭게 시작해 보는 것이다.

오늘부터는 작심삼일의 무한반복을 다시 실천해 보련다. 뱃살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걷기에 대한 결심을 120번 반복해 보련다. 사흘에 한번씩 느슨해지는 자신을 격려해 보련다. 그러다보면 또 다시 새해가 다가 올 것이다.

<김창숙 제주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189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목요논단 주요기사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