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공무원 40년을 마무리하면서
입력 : 2014. 01. 23(목) 00:00
며칠 전 40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이제는 아침 일찍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일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신문과 TV에서 '전북지역 AI발생으로 비상'이라는 자막과 함께 뉴스 속보가 나오고 제주지역도 심상치 않다는 기사에 저절로 제일 먼저 시선이 향하는 것을 아직은 어쩔 수 없다. 지난해부터 소나무 재선충병 방재작업으로 고생하고 있는 동료들이 또 다시 AI로 고생하게 돼 너무 안쓰럽고 죄송하다. 어려서 평범한 시골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던 나는 1974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삼촌의 권유로 공무원 시험을 보게 됐고 그해 5월 열여덟 고등학생의 나이로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내 나이 스물여섯에 지금의 어여쁜 마누라를 만나 결혼을 하고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서 잘 살자'는 가족계획시대에 딸 딸 아들 세 자녀를 낳아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했다. 그 와중에 내가 바라던 교사자격증을 따고, 서른여섯에 사무관 시험에 합격하고 국민의 공복으로써 40년을 외길로 열심히 걸어 왔다. 고향에 부시장으로 도청에 국장으로 남부럽지 않은 공직생활을 누리고 정년 1년 6개월을 남기고 엊그제 그 길을 마무리했다.

40년 동안 몸에 베인 생활습관에 새롭게 주어진 자유가 아직은 조금 낯설고 어색하지만 서서히 일상에 적응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사람과 함께 아파트단지 내 헬스장에서 운동도 즐기고, 서울에서 내려온 한두 살 배기 연년생 외손녀·손자의 재롱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나 웃음이 절로 나는지, 내가 완전히 '손녀바보'가 됐다. 이제야 공직생활을 하면서 누리지 못했던 여유를 찾았다. '이런 게 진정한 행복이로구나'하고 자그마한 것에도 즐거움을 만끽하곤 한다.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남은 40년 인생을 살아가려고 한다. 지금까지 오직 나를 위해 고생해준 집사람을 위해 함께 배낭을 메고 등산도 다니고 전국 일주도 하고 내키면 세계일주도 해볼까한다. 평소에 좋아하던 낚시도 다니고, 좋은 사람들과 골프도 즐기며 서로 여유를 나누면서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길을 가보려고 한다. 벌써 무엇부터 할까 하는 기대와 설렘에 마냥 행복하고 다시 회춘하는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40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맺은 인연들에게 받은 은혜와 정을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 지 걱정도 앞선다. 종전같이 앞에서 안 보이더라도 항상 뒤에서 같이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며 건네받은 명함을 가끔 살펴보면서 그때의 인연을 생각하고 슬픈 일이나 기쁜 일을 항상 같이 하고자 한다.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맺은 그 감사한 인연들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여행과 함께 열심히 글을 써보려 한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 그리고 퇴직 후에 보고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써서 가끔 기고도 해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자원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나눔을 실천하고자 한다. 40년간의 공직생활동안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즐거웠다. 그리고 대과없이 명예스럽게 공직을 떠날 수 있게 도와주신 주변의 많은 분들께 너무나 감사하다. 항상 고마움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 여러분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이명도 제주시 아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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