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멸종
입력 : 2014. 01. 16(목) 00:00
구상나무는 멸종할까? 학자들은 물론 일반 사회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멸종이란 무엇인가? 생물학적 의미를 살펴보면 첫째, 어떤 종이 진화도중에서 자손을 남기지 않고 멸해 사라지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는 원인으로는 기후조건으로 대표하는 무기적 요인에 의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새롭게 생겨난 종류와의 생존경쟁으로 대표되는 생물적 요인에 의한 것인가가 대립하고 있다. 진화론으로 보면 종은 탄생-번성-안정-노쇠-절멸의 과정이 필연적이므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페름기 말(약 2억5000만 년 전)이나 백악기 말(약 6500만 년 전) 해안선의 후퇴로 생물들이 가장 많은 해안선 부근의 환경이 급변해 대량 멸종한 예가 있다.

둘째, 야외에서 생물개체군이 멸하는 것이다. 환경변동으로 적당하지 않은 환경이 잠시 계속되는 것과 개체수가 유한하기 때문에 생기는 인구학적 확률성이 공동으로 작용해 멸종이 일어난다. 또 개체수가 적어져서 근친교배 때문에 생존율이 감소하기도 하고 유전적 균일화 때문에 병원체에 감염되기 쉬워지는 것도 그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야생생물 보호구역의 크기나 수, 형상 등을 어떻게 정하면 집단의 절멸을 방지할 수 있을지를 보고 있다. 한편 아주 작은 개체군이 개체수가 적어질수록 절멸의 압력이 세져서 소멸하기도 하는데 이를 개체군 소멸이라고 한다. 그 원인은 주로 근친교배, 유해한 유전자의 축적, 작은 집단에서 흔히 나타나는 성비의 불균형 같은 것들이다. 학자들은 이와 같이 작은 개체군은 소멸하기 쉽기 때문에 생물집단의 보전을 도모해 충분한 크기의 개체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

지난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평가한 바 있다. IUCN이 말하는 멸종이란 뭘까? IUCN은 어떤 종의 마지막 개체가 죽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을 멸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과거 서식범위 밖에 재배되거나, 속박되었거나 귀화된 집단(집단들)에서만 생존하고 있을 때를 야생멸종이라고 한다. 그 다음은 야생에서 멸종할 위험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간주될 때를 극심멸종위기 범주로 한다. 극심멸종위기에 버금가는 위험도를 가질 때 멸종위기라고 한다.

IUCN은 이와 같이 평가한 이유로 기후변화로 분포면적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평가서에 따르면 구상나무는 가야산, 지리산, 덕유산 및 한라산에 분포하고 있으며, 분포면적은 12㎢로 작고, 분포지역간에는 유전자교환이 이뤄지기에는 거리가 먼 40~250㎞ 정도 떨어져 있어서 종집단의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또한 분포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이 명백하며, 기후변화로 병충해와 온대식물의 침입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이러한 IUCN의 평가는 기후변화와 또 다른 종들의 침입에 의한 멸종의 징조, 환경변동에 의한 개체의 감소와 인구학적 확률성이 공동으로 작용하는 현상, 소규모 개체군이 겪는 절멸의 압력 증가 현상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다.

구상나무가 멸종한다고 하는 것은 환경이 급변한다는 점을 경고하려는 것이지 지구상에서 구상나무의 마지막 개체가 죽을 거라고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보라는 달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가르키는 손가락만 잘생겼네 못생겼네 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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