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4·3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 그 후 10년
입력 : 2013. 10. 17(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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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3년 10월 31일, 제주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주4·3사건과 관련해 사과의 내용이 담긴 정부의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참석자들이 내지르는 환호와 감격의 눈물로 장내는 술렁였다. 사건 발발 55년만의 일이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에게도 명복을 기원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2005년에는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세계평화 섬'으로 선포했고, 2006년에는 4·3위령제에 직접 참석함으로써 제주가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밑돌을 얹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4·3문제의 해결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가 채 들어서지도 않은 이명박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수우익단체들은 진정서를 내고 4·3진상조사보고서가 가짜이며, 4·3평화공원을 폭도공원으로 매도했다. 희생자에 대한 결정이 잘못됐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하고 4·3진상조사보고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헌법소원, 국가소송, 행정소송 등 모두 6건에 이르는 집중적인 공세를 폈다. 물론 모두 기각되거나 각하판결이 내려진 사안이지만, 정권이 바뀌자마자 도민과 유족들은 또다시 큰 아픔을 겪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4·3문제해결에 있어서 진척이 이뤄지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대선기간 동안 제주유세에서 "4·3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가슴 아픈 역사"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 "4·3과 관련된 아픔이 모두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제주4·3추모기념일 지정 ▷제주4·3평화재단 국고지원 확대를 통한 피해자 생계비 지원 및 유가족 의료복지 확대 등을 공약했다. 공약실천의 근거가 될 4·3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8월 공포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후세 역사교육의 나침판 역할을 하게 될 역사교과서의 4·3기술 내용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제주도의회에서는 "제주4·3사건과 관련해 교학사가 집필한 내용을 살펴보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와 편향, 축소와 은폐의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결의문을 채택했고, 제주도에서도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제주 4·3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수정하거나 교과서 검정 승인을 취소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지난해 불용 처리됐던 4·3평화공원 3단계 조성사업 예산도 이제야 가까스로 배정한다는 소식이다. 급기야 속이 답답한 유족들은 지난 10월 9일, 정부를 상대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4·3평화기념관에 들어서면 이름을 짓지 못한 역사로 남아 쓰러져 있는 4·3백비(白碑)를 만난다. 이 비석에 올바른 이름을 달고 일으켜 세울 그 날은 언제면 가능할지 궁금하다. 피눈물이 어리고 뼈속까지 아픈 4·3의 역사를 매듭짓기 위해 노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 10주년을 맞는 소회다.
<박주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2003년 10월 31일, 제주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주4·3사건과 관련해 사과의 내용이 담긴 정부의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참석자들이 내지르는 환호와 감격의 눈물로 장내는 술렁였다. 사건 발발 55년만의 일이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에게도 명복을 기원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2005년에는 "제주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된 '세계평화 섬'으로 선포했고, 2006년에는 4·3위령제에 직접 참석함으로써 제주가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밑돌을 얹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4·3문제의 해결은 더디기만 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4·3문제해결에 있어서 진척이 이뤄지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대선기간 동안 제주유세에서 "4·3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가슴 아픈 역사"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 "4·3과 관련된 아픔이 모두 해소될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제주4·3추모기념일 지정 ▷제주4·3평화재단 국고지원 확대를 통한 피해자 생계비 지원 및 유가족 의료복지 확대 등을 공약했다. 공약실천의 근거가 될 4·3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8월 공포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후세 역사교육의 나침판 역할을 하게 될 역사교과서의 4·3기술 내용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제주도의회에서는 "제주4·3사건과 관련해 교학사가 집필한 내용을 살펴보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와 편향, 축소와 은폐의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결의문을 채택했고, 제주도에서도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제주 4·3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수정하거나 교과서 검정 승인을 취소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지난해 불용 처리됐던 4·3평화공원 3단계 조성사업 예산도 이제야 가까스로 배정한다는 소식이다. 급기야 속이 답답한 유족들은 지난 10월 9일, 정부를 상대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4·3평화기념관에 들어서면 이름을 짓지 못한 역사로 남아 쓰러져 있는 4·3백비(白碑)를 만난다. 이 비석에 올바른 이름을 달고 일으켜 세울 그 날은 언제면 가능할지 궁금하다. 피눈물이 어리고 뼈속까지 아픈 4·3의 역사를 매듭짓기 위해 노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 10주년을 맞는 소회다.
<박주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