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한라산은 보존돼야 한다
입력 : 2013. 09. 05(목) 00:00
제주 사람은/한라산이 몽땅 구름에 묻혀야/그 때 한라산을 바라본다//그것도 딱 한 번 바라보고 그만둬 버린다//정작 한라산 전체가 드러나 있는 때는/그 커다란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거기에 한라산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괜히 어제, 오늘 건너온 사람들이/해발 몇 미터의 한라산을 어쩌구 저쩌구 한다//삼양리 검은 모래야/너 또한 한라산이지, 그렇지// -고은의 '한라산'

제주도 60만시대가 열렸다. 인구증가율 전국 2위, 관광객 1000만 시대, 제주 공항 이용률 세계 1위, 세계 유네스코 3관왕, 바야흐로 제주도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지표가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제주도의 국제화, 도시화, 세계화가 도민의 삶의 질을 후퇴시키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이 언급했듯이 제주도는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제주도 전부라고 봐야 한다. 제주도의 주인은 제주에 사는 제주 도민도 아니고,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아니다. 제주도의 주인은 한라산이고 자연이다. 우리는 잠시 제주도에 머물렀다가 떠날 사람들이다. 제주도의 자연은 아름답게 보존돼야 한다.

제주도의 국제도시로의 변모도 한라산이 주인으로서 풍모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금 외국인 관광객 200만을 넘어 300만, 500만으로 가기 위해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유치되고 각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무분별한 자연훼손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줄 수 있다.

한라산은 품안의 자식이 잘 크고 부족함이 없도록 모든 것을 주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자라 더 내어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화산폭발 이후로 천년의 모습을 지켜온 한라산이 우리에게 주는 풍요로움을 우리는 잘라내고 파내고 온통 헤집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관리체계상의 문제점도 있어 보인다. 한라산의 생명은 물과 숲이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삼다수나 숲길 개발들이 예전과 같은 한라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지 걱정해 봐야 한다. 또한, 제주도에는 산림청이 없고 산림업무를 도청 녹지환경과에서 담당한다. 한라산국립공원은 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맡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원화된 제주도 산림업무를 하나로 통일할 수 있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춰야 한다. 푸르러야 할 소나무들이 몇년째 특별한 대책없이 재선충으로 죽어가고 있고, '살아서 100년 죽어서 100년'을 자랑하는 구상나무들은 기후 변화로 집단 고사해서 뼈만 앙상한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앞으로 우리는 환경변화에 맞는 적합한 수목을 대대적으로 식재, 관리하고 600고지 이상 고지대 개발제한을 엄격히 적용해 숲이 우거진 한라산을 보존해야 한다. 또한 이번 가뭄에서 경험했듯이 중산간 지대에 어승생 수원지와 같은 수원지를 더욱 확충해 가뭄시 식수원이 확보돼야 제주도민 100만, 200만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삼다수같은 지하수원의 확보, 맑은 공기, 풍수해 예방, 가뭄 극복, 휴식처 제공은 울창한 숲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본다. 하루속히 제주특별자치도에 산림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여 장기적인 측면에서 산림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함현배 제주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 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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