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시민이 함께 공감하는 상생의 길
입력 : 2013. 08. 29(목) 00:00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다. 제주도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과 40일 이상 폭염이 지속되면서 물 부족과 전력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제주시와 시민들은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했다.

원전 3기 가동 중단으로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됨에 따라 에너지 절약 종합계획을 세워 순차적으로 시행했다. 부서별 전등 격등제 실시, 불필요한 야근 자제, 여름철 간편한 복장 착용하기 등 공공기관 청사부터 먼저 솔선수범해 에너지 절약에 앞장섰다.

특히 정부의 긴급 절전방침에 따라 청사 내 냉방기 가동 중단은 물론 사무실 조명을 소등하는 등 공공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했다.

30도를 웃도는 사무실 안에서 직원들은 부채, 얼음주머니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로 더위를 견뎌내야만 했다. 일부에서는 업무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에너지 절약 방침으로 공무원뿐만 아니라 청사를 방문하는 민원인들도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천재와 인재가 겹친 재난상황에서 불만의 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시청을 방문했던 민원인들 중에는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참 수고가 많다"는 격려의 말도 있었지만 "이거 먼 짓거리라"고 불만을 성토하는 말도 무성했다.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야 하는 당위성과 가뭄에 타들어가는 농심을 어루만지기 위해 가뭄극복에 매진해야 하는 이중고로 대민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못한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질 높은 행정서비스는 근무환경과도 직결된다. 공무원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과 모범을 원한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행정서비스가 이루어질지는 다소 의문이다. 공무원들의 업무는 사소한 기초질서를 지키는 데에서부터 정책 형성까지 국민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안정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가뭄이 해갈돼 기쁘고 지속되던 폭염도 수그러져 전력난에 의한 위기도 넘길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유비무환의 교훈을 얻게 됐다. 또한 에너지 절약 운동이 현재의 전력위기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방안이 되지는 않았더라도 모두에게 에너지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성실의 의무와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하는 공무원으로서 공공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시민들 또한 이와 같은 위기를 넘기는데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남을 먼저 탓하기에 앞서 고통을 함께 분담하고 시민을 위해 지역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무원들을 향한 격려의 박수는 곧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임을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민과 시정이 함께 상생하는 길이 제주시 발전을 위한 상생 에너지임을 도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변태엽 제주시 안전자치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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