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소통과 공감
입력 : 2013. 08. 01(목) 00:00
지난 7월 1일, 민선5기 제주도정은 지난 3년을 평가하며 '사회통합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강정의 민·군복합항이 군항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도민사회의 우려가 말끔히 해소됐다고 평가하면서, 정부와 제주도 그리고 강정마을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가 조속히 설치돼 갈등해소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7월 29일, 6박7일간의 일정으로 연일 폭염 속의 제주도에서는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시작됐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300여명이 강정의 민·군복합항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고, 강정의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 정당 등 108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아침부터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줄기의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 폭염 속에 걸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과 한달전 행정에서 내놓은 평가와 약속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강정의 아픔과 갈등은 행정에서는 소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제주사회의 대표적인 사안일 것이다. 사회는 다원화되면서 점점 더 복잡한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을 풀기 위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소통을 강조한다. 하지만 공감대 없이 매번 일방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갈등이 야기되고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도민사회이다.

지금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1991년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 분권화되면서 시민에 대한 대표성으로 상징되는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의 방법과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즉,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토론문화를 확산시키며 다양하게 존재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과거의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아닌,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도 절실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훌륭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마을공동체 리더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이런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토론방식인 타운미팅을 소개해본다. 원래 타운미팅이란 영국 식민지 시대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시작돼 지역 사람들이 정해진 시기에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대표를 선출하고, 토론을 통해 법과 절차, 정책들을 표결로 결정하는 제도이다. 19세기 프랑스 정치철학자 토그빌에 의해서 유럽 전역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전통적 타운미팅 방식에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하여, 회의에 참여한 구성원 개개인의 어떠한 의견도 무시되지 않으면서 민주적으로 의사가 결정되고, 또한 그 과정에서 구성원 모두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토론방식으로 최근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토론방식으로 진행될 외도동의 미래를 함께 그리기 위한 100인시민원탁회의와 의회연구모임인 '제주복지공동체포럼'에서 제주도 사회복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150인시민원탁회의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제주사회에 매우 의미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식의 소통과 깊은 공감을 통해 시민참여민주주의가 더욱 활성화돼 사회통합의 위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종국에는 도민들의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참여일 것이다. <박주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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