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종전의 우근민이 아니길
입력 : 2010. 07. 19(월) 00:00
우근민 제주지사가 최근 어느 자리에서 "종전의 우근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 속에는 관선을 포함 이번이 다섯 번째 도백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의지가 들어있다. 동시에 네 번의 지사 임기 동안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으로도 읽힌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분명히 족적을 남겨야 하겠다는 다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우 지사는 20년 가까이 신구범-우근민-김태환으로 이어진 소위 '제주판 3김 시대'의 당사자다. 그래서 또다시 지방권력을 쟁취했지만 도민들에게는 새 시대의 새 인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우 지사야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구시대의 인물로 비춰지고 있다. 그 기간 동안 공직사회는 네 편 내편으로 갈리며 불화와 반목을 거듭했고, 이는 제주사회의 분열로 이어졌다. 줄서기가 곧 출세의 길로 인식되는 병폐는 이번 6·2지방선거에서도 재연됐다. '제주판 3김 시대'에 대한 평가는 후대의 역사가 하겠지만 지금까지 부정적 유산이 이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 지사는 이런 구시대의 병폐를 낳게 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결자해지라고 했듯이 그에 대한 해법 역시 우 지사가 제시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시대와의 결별을 하고 새 시대를 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새 시대를 여는 맏형이고자 했으나 구시대의 막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3김 이후 첫 대통령으로서 그는 지역감정과 권위주의 특권주의 등 이 사회의 구조적 병폐, 구시대의 잔재들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없음을 알았던 것이다.

우 지사 역시 제주사회에 남아있는 구시대의 잘못들을 청산하는 것이 새 시대를 여는 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구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새로운 시대의 새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우 지사는 취임 전부터 비자림로 도로확포장 중지, 도심속 고층빌딩 등 개발위주의 사업 자제와 환경 중시, 해군기지 사업 재검토 등 전임 도정과는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개별적인 정책 하나하나에 대한 즉흥적 대응이 아니라 미래제주의 백년대계를 위한 도정철학과 비전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 지사는 또 취임 후 변화와 개혁을 주문하면서 보은성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직사회의 변화는 제주사회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선거 일등공신들이 몇몇 자리를 꿰차는 것을 보면서 그 다짐이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 지사 스스로의 표현처럼 종전의 우근민이 아니길 바란다. <이윤형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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