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행정시장
입력 : 2010. 06. 21(월) 00:00
다음달 1일 우근민 당선인 취임을 앞둬 행정시장을 임용하기 위한 공개모집 절차가 한창 진행중이다.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에 대한 공개모집 공고기간을 20일자로 마쳤고, 21일부터 25일까지 희망자 접수를 받으면 이달 말쯤 최종 낙점이 예상된다.

이번 행정시장 임용과정의 높은 관심도는 우 당선인이 선거기간 내건 자치권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부활 공약에다 선거과정서 예고과정을 생략한 채 당선후 공개모집에 나서면서 첫 '동반자'를 누구로 택할 것인가 하는 점 때문이다.

행정시장 제도는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시 처음 선보였다. 당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도지사후보가 러닝메이트(행정시장)를 예고할 수 있도록 했고, 관련 조례에 따라 후보등록전에 언론 등을 통해 예고하도록 했다.

특별자치도 제2기를 출범시킬 6·2지방선거 당시 도지사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듯 모두들 행정시장을 예고하지 않았다. 특정인물 예고시 '내편 네편'으로 갈리어 득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예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이에게 가능성을 열어둬 선거전에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다. 제도시행 초기부터 '편법'논란을 불러 일으킨 이유다.

사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직후부터 행정시장의 위상(位相)은 무척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사권의 경우 사무관급 이상은 사실상 도청에서 행사했고, 예산 편성권도 거의 없어 말로만 '시장'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우 당선인은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임기중 행정시장에게 각종 권한을 대폭 이양할 뜻을 비쳤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치권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부활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우 당선인이 앞으로 자치권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이룰 경우 직선제 시장탄생으로 더 이상 행정시장을 얘기할 기회는 없어진다.

그래서 기초자치단체 부활건의 관심은 행정시장에 이양될 권한의 내용보다 그 자리에 적임자를 앉히는 일로 모아진다. 과거처럼 선거과정에서 잠시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당연시 해 온 논공행상(論功行賞)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우 도정(道政)의 새 출발에 대한 진정성을 도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성에서다.

6·2지방선거과정에서 각 후보진영은 이쪽과 저쪽으로 확연히 갈려 서로 옳고 그르다며 얼마나 거친 공방을 벌였던가. 선거를 끝낸 지금은 차분히 상대 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옛말에 사람은 한쪽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두 눈이 있어야만 더 밝게 보인다고 했다.

성공의 축배가 아닌 언젠가 독배로 돌아올지 모를 '승자의 독배'를 바로 지금부터 경계하려면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한다.<김기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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