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만의 월요논단]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입력 : 2026. 05. 18(월) 02:00
양복만 hl@ihalla.com
[한라일보] 제주영유아발달지원센터장·교육학박사


최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어린이 축제 현장은 아이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다. 공연과 체험 부스를 오가던 아이들은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어른들은 장애인식 개선 OX 퀴즈 앞에서 자신의 시선을 조용히 돌아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마음 한켠이 움직였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1987년 처음 특수교사로 교단에 섰을 때만 해도 장애를 대하는 사회 분위기에는 편견과 거리감이 깊게 남아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말 못 할 마음의 무게를 오래 견뎌야 했고, 장애를 '우리 모두가 안고 가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여건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지만, 장애를 더 이상 가족만의 몫으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 또한 서서히 넓어지고 있다. 제주 역시 전국 최초로 조례에 근거한 영유아 발달지원 체계를 마련했고, 제주영유아발달지원센터를 통해 영유아의 발달과 통합보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작은 마음들이 우리 삶의 풍경을 조금씩 바꾸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어려움에 놓인 이들에게 더 귀 기울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하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마음들도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엇갈린 목소리가 존재한다. 장애학생 부모는 차별 없는 교육을 원하고, 일부 비장애학생 부모는 학습권과 안전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한다. 각자의 마음이 부딪히는 자리다.

통합교육은 단순히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상대를 설득하기에 앞서 먼저 귀 기울이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의 입장만 앞세우지 않고 한 사람의 삶의 조건까지 헤아리려는 태도다.

서로 다른 마음이 만나는 교실일수록 필요한 것은 교사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장애학생 부모의 절박함을 먼저 들어주고 비장애학생 부모의 불안을 이기심으로 재단하지 않는 일이다. 갈등을 서둘러 없애기보다 이해하려는 사회의 노력 속에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누군가를 판단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곁에 있는 사람의 삶을 끝까지 들여다보는 일에는 서툴다. 앞으로의 시대는 나와 생각이 다를지라도 공존할 수 있는 힘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힘이 결국 사회의 품격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삶을 이해하고, 누군가의 아픔을 헤아려보는 경험은 결국 우리 아이들을 더 깊고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게 한다.

누군가의 속도를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 낯선 모습 앞에서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 어쩌면 그런 사람이 우리가 끝내 닮아가야 할 '괜찮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양복만 제주영유아발달지원센터장·교육학박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98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오피니언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