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현의 한라칼럼] 제주의 공동주택의 특징
입력 : 2025. 08. 26(화) 01:40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한라일보] 제주의 현대식 공동주택아파트(연립·빌라 포함)는 섬 특유의 기후(강풍·염해)와 도민과 이주민은 물론 다양한 방문객과 숙박객을 포용하며 발달해 왔다. 이는 수요를 바탕으로 육지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입지와 단지계획이다. 연간 수차례의 강한 바람과 태풍, 폭설 등 자연재해를 고려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바람길 흐름의 분석을 통해 풍압분산형(ㄷ자·ㅁ자) 등의 설계가 고려돼야 한다. 과거의 일자형·판상형의 획일화된 주동형태나 배치는 가급적 지양돼야 한다. 고층보다는 저·중층(5~15층) 위주로 경관보존과 더불어 자연적 요소를 고려한 배치와 입지가 결정된다.

또한 제주도의 공동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조망이다. 육지의 남향 위주 공동주택과는 달리 도민들은 북쪽으로는 바다 조망, 남쪽으로는 한라산 조망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풍부한 자연요건으로 중심상업지의 공동주택을 제외하고는 자연 녹지가 풍부하고, 단지 내 조경비율이 높다. 바람에 대응한 차면식재 등의 기법도 활용된다.

제주도는 가구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가장 많은 지자체다. 세대당 1.5~2대의 차량을 보유한 도시다. 그러나 지하의 현무암 등 단단한 지반은 역으로 지하주차장과 지하공간의 활용도를 낮춘다. 이는 단지레벨을 이용한 데크 및 지하 굴토량을 최소화해 단지 상부의 지상주차장 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건축 구조나 재료도 내풍·내염 설계로 부염·부식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창호나 유리도 시스템창호와 강화유리 적용해야 한다. 발코니 또한 강풍의 영향으로 개방형 발코니보다는 확장형(실내형)이 선호 된다.

단위세대 평면은 중소형(59~84㎡)이 주를 이루며, 일부 임대 수요를 고려한 부분임대 평면도 적용된다. 단위세대의 특징은 다용도실의 큰 면적이다. 흔히 물부엌이라 일컬어지며, 제주도의 오랜 전통문화를 반영해 다양하고 큰 공간을 형성한다.

관광수요를 고려한 고급 리조트형 단지는 수영장, 카페, 운동시설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로 개발되고 있다.

제주도는 엄격한 경관 관리와 보존을 중점으로 둬 스카이라인을 낮추고, 풍해·염해 등 자연재해를 고려하며, 이주투자와 관광객 등 수요 맞춤형 평면으로 개발된다고 할 수 있다.

한라산과 바다와 같은 수많은 자연조망은 제주도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것이 제주도 전통양식·문화와 어우러지고 바람길과 수공간, 자연재해 등을 고려한 제주 맞춤형 공동주택 개발·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높은 분양가에 매몰돼 육지의 공동주택의 콘셉트로 수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제주도민의 생활과 밀접한 주택 대안과 계획은 한층 우리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다. <고용현 도시공학박사·한국경관학회 제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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