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업체랑은 일 안해”… 레미콘노조 실력행사 논란
입력 : 2025. 08. 25(월) 17:23수정 : 2025. 08. 26(화) 18:09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도내 레미콘 업체 25곳 중 24곳 한국노총 소속
민주노총 기사 소속 업체 업무 배제 강권 의혹
불응 시 납품 끊어… 오등봉 공원도 공사 차질
모 업체 기사 4명 사직 관련 양측 입장 엇갈려
[한라일보] 제주시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인 오등봉 공원 개발사업이 레미콘 업체 간 갈등으로 일주일가량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주까지 레미콘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주부터는 당장 모든 공사가 중단돼 시공사와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도내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등봉 공원 공사에 참여하는 레미콘 업체 14곳 중 한국노총 소속 업체 13곳이 민주노총 소속 업체 1곳의 업무 배제를 요구하며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전체 레미콘 업체 25곳 중 24곳이 한국노총 소속으로 레미콘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기사 수로는 390여 명 중 민주노총 소속은 20여 명에 불과하다.

두 노조 간 갈등은 A업체의 레미콘 기사 12명 중 8명이 한국노총 소속에서 민주노총으로 옮겨가면서 시작됐다. 이중 A업체 소속 기사 4명은 기존대로 한국노총 조합원으로 남겠다고 결정했다. 이들은 현재 A업체와 계약을 해지한 상태로, 이를 두고 업체와 한국노총 측 주장이 엇갈린다.

A업체 관계자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남겠다는 기사 4명이 먼저 자신의 레미콘 차량을 자사로부터 빼겠다고 알려오면서 8월 초 예정됐던 타 건설현장 납품이 어려워졌다”며 “물량을 채우기 위해 그분들과 합의해 계약을 해지한 뒤 육지 기사들을 불러 현장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은 기사들이 어떤 노동조합에 가입하든 상관하지 않고, 건설사와 계약한 공급 물량만 채우면 된다”며 “그런데 건설 현장에서 한국노총 측 업체들이 민주노총 소속 업체 차량이 있으면 해당 현장에 납품을 거부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피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한국노총 측은 반대되는 입장을 내놨다. 고희권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조 제주지부장은 “A업체가 한국노총 소속 기사 4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해 우리 조합원들이 실직자가 된 상황”이라며 “민주노총은 기타 한국노총 소속 레미콘 업체들에게도 민주노총 기사들을 고용할 것을 권유하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조합 소속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19일부터 오등봉 공원 개발사업에 A업체 배제를 요구하며 레미콘 납품을 멈췄다. 반면 A업체는 이와 같은 한국노총 측의 주장에 전면 반박하며, 계약해지한 기사 4명을 상대로 신규 기사 고용 등에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업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오등봉 공원 개발사업 시공사 측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또 공사 현장에선 콘크리트를 부어 건축물 구조를 형성하는 타설 작업을 제외한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다음 주부터는 이마저도 끊겨 500여 명의 근로자가 일감을 잃게 된다.

시공사 호반건설 관계자는 “오등봉 공원은 단지 규모가 커 14개 레미콘 업체가 모두 필요한 상황”며 “입주자들과 약속한 공사 기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가장 우려되고, 공사 기간을 맞추려면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서두르게 돼 위험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업체 간 원활한 조율을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축물의 기본 토대를 만드는 레미콘 공급 체계가 특정 집단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이 없으면 공사 진행 자체가 안되고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상당하다. 특히 레미콘 업체들은 작업을 못해도 상용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불해야 해 손해가 클 것”이라며 “대규모 공사가 멈출 경우 일용직 근로자들은 즉시 생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특정 집단이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구조 상 과도한 실력행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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