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그럼에도 서로 가닿으려는 애씀의 시간
입력 : 2023. 03. 24(금) 00:00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제시카 아우의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
[한라일보] "다른 사람을 알고 또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작가의 말'에서)

타인의 내면세계를 진실히 알고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그래도 우리는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어도 진실하게 다가서기 위해 오늘도 첫걸음을 내딛는다.

친밀한 타인, 모녀의 여행
서로를 온전히 이해못해도
진실하게 다가서려는 마음

타인에게 다가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타인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불충분하고 부족한 방도들로 다가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책 '눈이 올 정도로 추운지'(엘리 펴냄)는 엄마와 딸의 일본을 여행하는 몇 주의 시간을 그린다. 출판사는 서평에서 "엄마와 딸은 같은 공간을 거닐며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평행선을 그리는 듯 어느 한곳에서 교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로를 눈에 담고 생각하는 것은 멈추지 않는, 가끔은 상대의 기대를 저버리기도 하지만 그때마저도 옅은 선의를 담은 마음이 계속된다"고 책을 소개한다. 그리고 "'관계' '친밀'이라는 것을 포기하고 체념하기보다는 각자를 구성하는 한계의 영역을 인식하고 그에 담담히 수긍하겠다는 진실한 마음이 이어진다"고 덧붙인다.

책에서 엄마와 딸의 여행은 명확한 목적이나 분명한 이유도 없이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는 딸의 옅은 다짐에서 시작된다. 여행의 시간 속 끝없이 상대를 살피지만 어느 한계선 너머로까진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둘의 관계가 쓸쓸하면서도 고요히 흐른다.

엄마와 딸의 대화, 화자인 딸의 기억과 상념, 서로에게 가닿으려 하나 실패할 뿐인 옅은 낙담과 그럼에도 그 마음을 이어보려는 애씀의 시간이 교차한다. 한 가족이더라도 언어, 기억, 쌓아온 지식에 기반해 향유하는 문화생활이 다를 수 있음을 딸은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여러 장면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 제시카 아우가 데뷔작 이후 십여 년 만에 내놓은 이 책은 빅토리언 프리미어스 문학상, 노블상, 리딩스 뉴오스트레일리언 픽션상 등 호주 문학상을 석권했다. '뉴요커' 2022년 올해의 책에도 선정됐으며, 전 세계 18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이예원 옮김.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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