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육아-이럴 땐]⑬ 갑자기 등원 거부하는 아이, 왜 그럴까
입력 : 2022. 12. 26(월) 13:55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아이 몸 상태·이유 등 살펴봐야
우선 나·가족 안 문제 찾아보고
어린이집 선생님에 도움 청해야


[한라일보] 어린이집에 잘 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등원을 거부하면 부모는 난감해 집니다. 매일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는 아이를 달래며 들여보내는 '등원 전쟁'을 치르며 진땀을 빼기도 하지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치 육아'가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질문. 어린이집에 잘 다니던 아이인데 요즘 부쩍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해요. 매일 아침마다 등원하기가 너무 힘드네요. 어린이집에선 잘 논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걸까요.

= 네. 아이가 갑자기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하는군요. 그럴 땐 우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왜 안 가겠다고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생각하는 순서'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는 상황이라면 대개는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부터 생각하게 될 겁니다. 친구나 선생님과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럴 때일수록 나, 우리 가족 안에서 문제를 찾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것이 곧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어린이집에 잘 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등원을 거부한다면 아이의 몸 상태와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갑자기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면? "몸 상태·이유 살피세요"

우선 아이의 컨디션을 살펴야 합니다. 전날에 잘 먹고 잘 잤는지,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확인해 보는 거죠. 몸이 아픈 게 아니라 속상하거나 화가 나는 것처럼 정서적인 불편함이 있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한 부모님이 겪은 일인데요. 남편과 다툰 뒤에 아이를 어린이집을 데려다 주는 상황이었다고 해요. 아이 앞에서 싸운 건 아니지만 차 안에서 남편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 어린이집에 다 와서도 아이가 차에서 안 내리겠다고 했다더라고요. 아이가 불안을 느낀 거죠.

이처럼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어요. 동생이나 형이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날이라면 자기도 가지 않겠다고 할 수 있고, 등원 전에 수화기 너머로 할머니가 집에 온다는 얘기를 듣고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할 수도 있지요. 그런 만큼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어린이집 앞까지 가서 안 들어가겠다는 아이를 무조건 맡기고 돌아서는 게 아니라 이렇게 말씀드리며 아이를 부탁하는 거지요. "선생님, 가치(*아이 이름)가 어젯밤에 일찍 자고 밥도 잘 먹었고, 별 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하네요. 한 번 살펴봐 주세요"라고요. 그러면 선생님은 어떻게 할까요. 혹시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될 겁니다.

부모가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 입장에서도 아이의 상황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이 어려운 상황을 표현했을 때 부모와 선생님이 이를 찾고 풀어주려는 마음을 느끼게 될 거고요. 그럼 엄마도 좋고 선생님도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친구도 좋고 어린이집도 좋아지는 거지요.

어른들도 출근하기 싫을 때가 있는 것처럼 아이들도 별다른 이유 없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출근하기 싫다" 어른들 마음… 아이들도 똑같아요

아이가 갑자기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할 때 여러 상황을 생각해 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별 이유 없이 가기 싫어할 때도 있습니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어서 울거나 떼쓸 때도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어른들이 출근하기 싫을 때가 있는 듯이 아이들도 똑같습니다. 그럴 때 아이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하며 그 마음을 이해해 주세요. "너도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을 때가 있구나. 맞아. 엄마(*상황에 맞는 호칭)도 출근하기 싫을 때가 있어"라고 말이죠. 그 상황에 공감해 줘도 괜찮습니다.

이럴 때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는 아이를 야단치며 "엄마 출근해야 해. 빨리 들어가"라고 말하는 거지요. 부모가 "선생님, 가치 왔어요"라며 아이를 밀어넣고 떠나게 되면 남겨진 아이는 어떨까요. 부모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깨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쌓이면 부모는 나를 도와주지 않는 사람, 나를 내버리고 가는 사람이라고 여기게 될 수도 있고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놀이를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 보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어린이집 쉬는 주말엔 "하고 싶어하는 놀이 함께해 주세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면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주말에는 충분한 보상도 해 줘야 합니다. 어린이집에서 못 했던 것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죠.

아이들에게 어린이집은 사회생활의 시작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안에선 관계 속에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낮잠 시간에 같이 자야 하고, 더 자고 싶은데 일어나야 하기도 하죠. 때로는 하나 밖에 없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위해 친구와 갈등을 벌이기도 하고요. 아무리 어린이집을 좋아하는 아이여도 집만큼 편하고 좋은 곳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부모와 함께하는 순간에는 모두 내 세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어린이집에선 서로 다칠 수 있어 하지 못하는, 미끄럼틀도 거꾸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신나게 놀며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물어보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을 물어봐야 합니다. 부모가 계획한 곳을 가고, 부모의 방식대로 놀아주는 것은 진짜 노는 게 아니예요. 엄마 아빠는 잘 놀아줬다고 여겨도 아이는 부모 맘대로 놀았다는 생각을 갖게 되거든요.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한두 가지 정해서 주말에 함께해 보세요. 아이는 그 순간을 기대하며 일주일을 살아갈 겁니다. 놀이의 질도 높일 수 있고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고 해도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 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2주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자유롭게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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