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13)구좌읍 한동리 숨골 수질 분석
숨골 유입 지표수 깨끗… 청정 지하수 함양 기여
고대로 이태윤 기자 hl@ihalla.com입력 : 2022. 10. 11(화) 00:00
[한라일보]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지역은 토양 비옥도가 낮아 주로 당근이나, 월동무, 감자 등의 경작이 이뤄지고 있다.

한동리 지역 토양은 흑색 화산회토(토색에 따른 분류)로, 투수성이 좋은 스코리아(송이)층이 일부 포함돼 있다.

흑색 화산회토는 유기물에 대한 흡착력이 제주도 화산토중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즉 투수 속도가 빨라 농약의 흡착 능력이 크다.

한동, 다랑쉬오름 주변과 하류는 구좌 곶자왈 지대로서(상도곶) 동거문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가 토양층 위를 덮고 있다. 용암만 살짝 거둬내고 농사를 짓고 있는 구조인데, 이곳 스코리아층 밑은 암반으로 돼 있어 빗물이 암반의 절리(틈)를 통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내다봤다.

수질분석 결과 질산성질소 불검출… 축산폐수 오염원 없는 덕분
일반세균·총대장균군 검출… 자연노출 감안 "우려 수준 아니다"
흑색 화산회토 지대로 투수성 높고 지표수 오염물질 흡착률 높아


제주시 구좌읍 둔지봉 정상에서 서쪽으로 약 650m 떨어진 농경지(3200평) 한 가운데 있는 직경 7m 정도의 대형 인공 숨골.
취재팀은 지난 6월 17일 구좌읍 한동리 1차 현장 답사를 통해 5개의 인공숨골과 1개의 자연 숨골을 확인했다.

특히 감자와 콩 농사를 짓고 있다는 토지 중앙에는 지름 7m, 깊이 2m 규모의 대형 숨골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토지주는 "밭이 주변 지형보다 낮은 곳에 있어 폭우때 주변 빗물이 밭으로 내려와 물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오래 전에 숨골을 조성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면서 "숨골에 빗물이 가득차도 하루면 모두 땅속으로 흡수된다"고 설명했다.

구좌지역은 제주 서부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많은 곳이다. 투수 속도가 빠른 송이층으로 이뤄진 토양이지만 주변 하천이 발달돼 있지 않아 농경지 침수 피해가 잦다. 이에 주민들은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경지 곳곳에 인공 숨골을 조성해 자연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제11호 태풍 '힌남노' 내습 당시 대형 인공 숨골에 빗물이 가득찬 모습.
취재팀은 올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에 상륙한 지난달 5일 한동리 지역 숨골로 유입되고 있는 빗물을 채수하기 위해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가 내습한 4일부터 6일까지 성산읍 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123.0㎜를 기록했다. 현장을 찾았을 당시에도 태풍이 제주에 초근접하면서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려 한동리 일대 농경지의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토지 중앙에 직경 7m 크기의 대형 숨골을 조성한 토지에도 막대한 양의 빗물이 유입되고 있었고, 20여분만에 숨골은 빗물로 가득찼다. 해당 숨골에서 500여m 떨어진 농경지 숨골도 상황은 같았다.

태풍 '힌남노' 내습 당시 대형 인공 숨골에서 채수하고 있는 이태윤 기자.
지난달 5일 대형 인공 숨골에서 동쪽으로 약 5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농경지 내 인공 숨골에 빗물이 가득찬 모습.
취재팀은 이날 한동리 소재 두 곳의 숨골로 유입되는 지표수(빗물)의 시료를 채수해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일반세균, 총대장균군, 분원성대장균군, 질산성질소, 황산이온, 염소이온 등 5가지 항목에 대한 수질분석을 의뢰했다.

수질 분석 결과 일반세균의 경우 토지 중앙에 조성한 한동리 숨골과 인근 숨골에서는 각각 2100CFUmL, 2400CFU/mL가 검출됐다. 이는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일반세균 기준치 100CFU/㎖보다 2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연환경에서도 발견되나 일반적으로 항온동물의 분변에 대량으로 존재하고 있어 음식이나 식수의 미생물학적 오염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세균인 총대장균군과 인체나 동물로부터 직접 유래됐음을 추정할 수 있는 분원성대장균군도 검출됐다.

질산성 질소는 두 곳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 특히 분뇨와 지질에 기인하지만, 비료·폐수 등의 혼입으로 나타나는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은 먹는 물 기준치인 250㎎/L, 200㎎/L 보다 현저히 낮은 각각 4㎎/L과 6.8㎎/L, 10㎎/L과 6.4㎎/L를 보였다.

도내 지하수 전문가는 먹는 물이 아닌 빗물인 점을 감안하면 타 지역과 비교해 숨골로 유입되는 빗물의 수질은 깨끗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빗물이 숨골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외부요인에 의해 오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과 과정을 통해 가정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먹는 물과 비교할 대상은 아니다. 다만 오염된 빗물이 숨골을 통해 땅속으로 유입되면서 지하수 오염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숨골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내 지하수 전문가는 "축산폐수 및 화학비료 등이 투입됐을 때 관찰되는 질산성 질소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축산폐수 등의 오염원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질산성 질소나 분원성세균·대장균이 동시에 다량으로 검출될 가능성이 높은 축산(특히 양돈장)폐수 유출시설이 없거나 소규모 시설이 있더라도 잘 관리돼 비교적 청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035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