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 있어요] (1)프롤로그
“세상에 많은 ‘주홍’이들… 우린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입력 : 2022. 04. 22(금) 00:00
제주도, 인구 1만명 당 유실·유기동물 가장 많아
반려견 등록 절반 그치고 풀어키우는 문화 여전
유기견 분양률 제자리… 인간·동물 공존 고민해야

지난 13일 제주시 한림읍에서 동물 학대가 의심되는 유기견이 발견됐다. 한 사설 유기견보호센터 인근에 버려진 개는 입과 다리가 테이프로 단단히 묶인 상태였다. 센터가 보호하던 '주홍'이란 이름의 유기견이었다. 센터 밖으로 나갔다가 누군가에 의해 학대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한 번 버려졌던 주홍이는 학대라는 또 다른 아픔을 안아야 했다.

지난 19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시 내도동 도근천 인근에서 산 채로 땅에 묻혀 있던 개가 발견된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동물 학대'로 공분을 샀지만 그 시작에는 '동물 유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에 달하는 지금도 많은 개들이 버려지고 있다.



#버려지는 개들… 제주섬 '공존'을 고민하다

지난 2월 제주동물보호센터에 보호 중인 유기견. 지난해 센터에 들어온 유기견 4517마리의 23%(1034마리)만이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거나 새로 살 곳을 찾았다. 이상국기자
우리가 사는 제주가 안은 문제는 크다. 제주는 인구 1만명 당 유실·유기동물 발생 건수가 76.3건으로 전국 17개 시·도(평균 22.7건) 중에 가장 많다. 지난해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펴낸 '2021년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의 내용인데, 2020년 조사의 순위도 다르지 않았다.

유기견 문제만 놓고 봐도 제주가 마주한 고민은 깊다. 제주 산과 들에서 번식하며 야생화된 들개 문제와 맞물려 있는 탓이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야생 들개가 농가 가축이나 사람을 공격하는 피해도 결국엔 동물 유기의 그림자다. 제주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용역 결과를 보면 현재 제주 중산간에는 야생화된 들개 200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견 문제가 당장은 사소할 수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라일보의 '우리, 여기 있어요' 기획도 이러한 위기 의식에서 시작됐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목소리는 유기견이 인간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서둘러 해법 찾기에 나서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도내 유기견 실태와 서울·경기 등 다른 지역 사례를 들여다보며 총 10회에 걸쳐 기획을 잇는다. 제주섬 안에서 사람과 동물의 공존 방안을 고민한다.



#반려동물 절반만 등록… "필요 못 느껴"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반려견 수는 모두 9만5000마리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해 4월 기준 4만9358마리(약 52%)만이 반려견으로 정식 등록돼 있다. 동물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2013년 동물등록제가 시행된지 10년이 넘었지만 반려견 등록률은 이제 갓 절반을 넘겼다. 나머지는 언제든 버려지거나 주인 손을 벗어나 유기견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제도를 알지 못해 동물 등록을 하지 않는 양육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부원이 펴낸 '2021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에 포함된 도내 반려견 양육자(사례수 9명)의 44.4%가 동물 등록을 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등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50.0%)였다. '동물 등록 제도를 알지 못해서'(25.0%), '등록하기 귀찮아서'(25.0%)라는 답변도 있었다.

도내 유기견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한 해 평균 5000~6000마리의 개가 버림 받고 있다. 제주도로부터 받은 최근 10년간 '도내 유기견 발생 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 1735마리였던 도내 유기견은 2017년 5581마리, 2018년 7653마리로 4배 이상 크게 늘었다. 2019년에는 그 수가 지금까지 중에 가장 많은 7763마리였다. 이후 2020년 6642마리, 2021년 5373마리, 2022년 1099마리(3월 기준)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2019년 전국 처음으로 시행한 '읍면지역 마당개 중성화 지원 사업'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개를 풀어 키우는 읍면지역 문화가 여전한 데다 낮은 등록률 등이 원인이 돼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갈 곳 없는 유기견… 분양률 제자리

한 번 버려지면 원래 주인을 찾거나 새로 살 곳을 만나는 일도 드물다. 지난해 제주도가 운영하는 제주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유기견이 4517마리였는데, 절반 이상인 59%(2667마리)가 안락사됐다. 자연사(865마리)한 유기견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78% 이상이 생을 마감했다. 주인을 찾거나 새로운 곳에 분양된 경우는 23%(1034마리)에 그쳤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5년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7년 도내 유기견 반환·분양률은 24.5%로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주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도내 유기견 대부분이 믹스견인데다 도심 아파트 등에서 키우기 어려운 중형견 이상이라 입양률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이렇다 보니 유기견 없는 제주를 위한 움직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3월 도내 동물권 단체들이 손잡고 출범한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도 이러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란영 제주동물권연구소장은 "제주가 유기동물 발생 1위 지역이라는 것 이전에, 이는 아름답고 청정한 제주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다"며 "제주에서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지며 살 수 있도록 반려동물을 존중하는 양육문화를 조성하고, 유기견 입양 활성화와 후속 관리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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