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GDP가 말해주지 않는 좋은 삶의 조건
제이슨 히켈의 '적을수록 풍요롭다'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입력 : 2021. 10. 08(금) 00:00
성장주의의 생명세계 파괴
무엇을 확대, 축소할 것인가


매년 발생하는 초대형 태풍의 숫자는 1980년대 이후 두 배가 되었고, 2003년 유럽을 강타한 폭염은 단 며칠 만에 7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대체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는 유럽 남부와 이라크, 시리아, 중동의 많은 지역에서 극심한 가뭄과 사막화를 부르고 지역 전체가 농업에 부적당한 곳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주요 식량 생산 지역도 영향을 받게 된다. 자본주의하에서 세계 GDP가 적어도 매해 2~3% 성장하는 동안 엄청난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고 쓰레기를 쏟아내면서 생명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모든 것은 상호 연결되어 있으나 우린 존재 간의 관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잊었다.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국제불평등연구소 방문 선임연구원이자 바르셀로나자치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 교수인 제이슨 히켈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탈성장이 유일한 답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저작 중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적을수록 풍요롭다'에 그 이야기가 들어있다.

오늘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2000달러에 달하는 고소득 국가가 된 한국의 독자들에게 저자는 "놀랄 만한 성공 스토리"의 "이면"을 들여다보자고 했다. GDP는 가격으로 상징되는 상품 생산을 측정하는 지표다. 그래서 상품 생산 총합의 가격과 사회적 결과들 사이에는 직접적·인과적인 관계가 없다. 생산력이 큰데도 왜 인구의 15%는 빈곤선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경제를 자본축적 중심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와 생태적 안정성을 중심으로 재조직할 때 좋은 삶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다. 대중교통, 재생에너지, 저렴한 공공 주택 등 경제의 어떤 부문들은 여전히 확대되어야 하고 SUV, 호화 주택,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소고기, 패스트 패션, 광고, 군비 등 어떤 부문들이 사회적 필요성이 적으며 적극적으로 축소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탈성장은 에너지와 자원의 과도한 사용을 줄임으로써 경제가 안전하고 정의로우며 공정한 방식으로 생명세계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그는 변화해야 할 것은 우리의 경제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고 그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우·민정희 옮김. 창비.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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