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트루먼의 사랑] 진짜의 사랑
입력 : 2026. 09. 07(월) 02:00
진명현 hl@ihalla.com
영화 '트루먼의 사랑'.
[한라일보] '반대가 끌리는 이유'라는 말도 있고 '닮아야 잘 산다'라는 말도 있다. 짝 찾기에 경구처럼 쓰이는 이 말들은 서로 모순되는 확신에서 비롯되어 존재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는 낯선 누군가와 만나면 MBTI의 일치 여부로 서로의 맞음 정도를 확인하곤 한다. 더 오래 전에는 혈액형을 물었고 별자리를 궁금해했으며 학연과 지연, 혈연은 이제 내 편 탐색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알고 싶어 하고 찾고 싶어 헤맨다. 나와 닮은 누군가를. 확인절차 없는 본능적인 끌림에는 어쩐지 불안이 따른다. 나의 일방적인 감정이 상대에게 가 닿지 못하고 표면에서 튕겨져 나올 것 같다는 불안. 그 튕겨져 나온 것이 나에게 비수로 꽂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이 확인의 절차를 거치고자 하는 것이다. 당신은 나와 닮았나요? 그럼 나를 이해할 수 있겠죠? 우리가 각자에서 서로가 되는 동일한 승차권을 갖고 있다면 안전하게 출발해도 되는 거겠죠? 우리 흔들려도 끝까지 가 볼 수 있겠죠?? 말해, 말해줘요.

김덕중 감독의 영화 <트루먼의 사랑>은 '에러'가 발생한 세상에서 홀로 작동하는 지연(이주우)의 내 편과 내 짝 찾기 여정으로 시작된다. 나만 빼고 멈춰버리는 세상에서 나와 닮은 존재인 '트루먼'을 찾던 지연은 현식(배유람)과 문성(김신비)을 만나게 되고 세 사람의 '트루먼'은 삼각관계이기도 하고 동맹관계이기도 한 소수자 집단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하나에서 둘이, 둘에서 셋이 되는 일에는 모두가 알고 아무도 모르는 크고 작은 균열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나와 닮은 사람을 찾았다고 해서 외로움이 종결되지 않으며 사랑이 완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살아 있는 내내 고쳐 써야 할 자기소개서에 가깝다. 타인을 들여다 봐야 하는 것만큼 내 안의 나를 찾아내야 가능한 지난한 퇴고의 과정이다.

<트루먼의 사랑>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오해와 오류를 반복하더라도 접촉과 경험을 택하는 이들의 숨바꼭질을 긍정하는 영화다. 누군가는 이 숨바꼭질을 보물찾기라고도 바꿔 부를 수 있을 터인데 그 호명이 가능한 이들에게는 이 영화는 믿음의 온기를 따라가는 순도 높은 러브스토리일 것이다. 지연과 현식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떠난 자리에는 문성이 남는다. 남아 있는 것은 문성이지만 지연과 현식이 함께했던 기억 또한 문성을 떠나지 않는다. 완전한 홀로가 되지 못한 '트루먼' 문성은 '트루먼소셜클럽'의 리더인 희선(강진아)를 만나게 된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트루먼'들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 희선은 여전히 '트루먼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문성에게 새로운 구원이 될 수 있을까. <트루먼의 사랑>은 홀로를 절실하게 감각한 이들이 함께라는 감정을 마주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자신을 써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호기심과 의심이 있었을 것이고 안정감과 신뢰로 유지되는 동시에 불안과 희망 사이에서 근심과 기대로 반복될 미래를 겪을 것이다. 그런데 진짜의 사랑은 그렇게 인생 전체를 거짓 없이 모조리 써야 가능하지 않을까.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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