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입력 : 2026. 08. 24(월) 03:00
진명현 hl@ihalla.com
새로운 날, 새로운 나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한라일보] 좋은 이야기에는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 말은 이야기 속 인물에게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접한 이의 변화를 말하기도 한다. 이야기 속의 인물이 시작과 끝에 조금의 변화도 없이 만들어져 있다면 창작자의 캐릭터 만들기는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를 경험하고 났는데도 감정이든 감각이든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그 이야기 자체를 살아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수많은 사건들이 폭죽처럼 터진다고 해서, 서사의 굴곡이 믿기지 않을 만큼 드라마틱하다고 해서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는 외적인 사건을 맞닥뜨린 인물의 내면에서 끓어 올라 마침내 다른 이의 마음까지 건드리는 용암과도 같은 도미노의 흐름에 가깝다. 그렇다면 기능적으로만 만들어진 무감한 사건들의 덫을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이야기 속 인물의 생동감에 있을 것이다. 보는 이에게 동행과 동맹의 기분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은 극화된 캐릭터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돌출이고 탈출이며 변화인 동시에 진화이기도 하다.

또 다시 스파이더 맨이 찾아왔다. '뉴욕에 살고 있는 평범하고 내성적이던 학생 피터 파커가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거미에 물린 후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고 벽을 기어 오를 수 있는 거미와 같은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 갑자기 얻게 된 인물의 초능력은 자연스레 수퍼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와 결합하고 놀라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볼거리는 더욱 화려해진 채로 '거미줄'의 세월과 궤적 모두 유효한 동시대성을 25년 동안이나 획득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개봉을 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 였다. '언제까지 이 이야기가 계속될까'와 '이번엔 또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감은 후자에 더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야말로 헐라우드 블럭버스터 프랜차이즈의 아이콘격의 작품이니 만큼 이야기가 새롭지 않을지언정 볼거리로는 실망시키지 않겠지의 마음이었다. 컴퓨터그래픽이 단순히 눈속임이나 도구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새로운 화폭과 화풍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뉴욕의 마천루를 배경으로 자유자재의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스파이더맨을 보는 것은 충분한 시각적 쾌감을 전해줄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이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언제까지 이 이야기가 계속될까'라는 다소 회의적인 물음이 기대로 바뀐 것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가장 큰 만족의 지점이었다. 물론 기대했던 볼거리 또한 풍성했다. 하늘을 날고 곤두박질치다 솟아 오르는 민첩한 리듬감에 엉덩이에 붙어 있던 의자마저 함께 움찔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쾌감의 뒤에 남는 것이 더 묵직했다. 새로울 것이 없을 것이란 이야기에 대한 회의감 위로 인물의 미세하고 확실한 균열이 선명한 유리조각처럼 떨어진 것이다. 소년은 자라 영웅인 채로 어른이 되었고 거미인 동시에 인간이고 성공의 뒤에 붙는 쓸쓸함과 실패의 앞에 놓인 좌절감을 매번 마주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손목에서 나온 씨실과 날실로 촘촘하게 직조되어 있었다. 아름답고 아픈, 쓸쓸하고 상냥한 상반되는 감정들이 영웅 서사와 블럭버스터의 외피 안으로 바늘처럼 파고 들 때 생각했다. 나는 할아버지가 된 채로 할아버지가 된 스파이더맨과도 만날 수 있겠구나.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46 왼쪽숫자 입력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
주요기사더보기

기사 목록

한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